헌재 "조정절차 개시돼야 인과관계 확인 가능"…합헌 판단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환자가 사망한 경우 유족이 의료분쟁 조정을 신청하면 절차가 자동적으로 개시되도록 정하는 법률 조항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첫 해석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병원장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A씨가 낸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27조 제9항에 대한 위헌확인 소송을 기각했다고 4일 밝혔다.
지난 2018년 A씨가 운영하던 병원에 입원 중이었던 환자 B씨가 사망했다. B씨의 유족들은 같은 해 12월 24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분정 조정을 신청했다. 중재원 측은 법률상 B씨가 사망했으므로 A씨가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지체 없이 조정절차가 개시된다는 이유로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2021.01.28 yooksa@newspim.com |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에서는 조정신청 대상인 의료사고가 사망 또는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인 정도가 중증에 해당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지체 없이 조정 절차를 개시해야 하고, 개시일은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로 정하고 있다.
이에 A씨는 해당 조항이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이듬해 3월 22일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A씨의 주장을 기각했다.
헌재는 "피신청인은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조정절차 개시에 대해 이의신청을 해서 참여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더라도 조정의 성립까지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정절차가 자동적으로 개시된다고 해서 조정절차에 따른 결과를 스스로 선택할 기회까지 제한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의료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조정절차가 개시조차 되지 않는다면 환자로서는 상당한 기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서는 의료행위 등을 둘러싼 과실 유무나 인과관계의 규명, 후유장애 발생 여부 등에 관한 감정 결과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정절차가 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 없이 환자의 상태나 문제가 된 의료행위의 특수성, 의료 환경 및 조건 등을 조사해 판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사망과 같은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일단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하고, 그 후 이의신청이나 소 제기 등을 통해 조정절차에 따르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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