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2년 중국인의 반전…"질식사 사망 단정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자신의 7세 친딸을 동거녀가 싫어한다는 이유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던 중국인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2019년 8월 서울 강서구의 한 호텔 화장실에서 자신의 7살 딸을 목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중국에서 A씨와 동거하던 B씨가 딸을 증오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하자, A씨가 한국에 딸과 함께 입국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B씨는 A씨의 딸이 좋지 않은 일을 불러일으킨다고 '마귀'라고 부르며 미워했다. B씨는 자신이 두 차례 유산하자 'A씨 딸 때문'이라며 증오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A씨가 딸과 여행을 가는 등 가깝게 지내자 여자친구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검찰은 A씨가 B씨를 위해 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한국으로 여행하러 와 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A씨를 기소했다.
1심은 A씨가 딸을 살해한 사실을 인정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A씨가 B씨와 나눈 모바일 메신저 대화에서 나타난 살해 공모 흔적과 질식사 가능성을 인정한 부검 결과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A씨는 법정에서 살해 동기가 없었고, 정신질환을 앓는 B씨에게 호응하는 척했던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여자친구가 피해자인 딸을 '마귀'로 부르는 등 극도로 증오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당기간 연인관계를 지속해 왔고, A씨가 여자친구를 진정시키기 위해 친딸에 대한 구체적인 살인 계획에 동조한 척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A씨의 딸)의 사망원인과 관련해 타살의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이 제시된 점을 보면 A씨가 딸을 살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감정서에 따르면 피해자가 질식으로 사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피해자가 욕조 안에서 미끄러져 쓰러지면서 욕조 물에 잠겨 사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또 A씨가 여자친구와 나눈 '범행을 공모한 듯한' 문자메시지에 대해서도 "여자친구를 진정시키기 위해 호응하는 척한 것이지 공모하지 않았다"는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친모의 반대에도 A씨가 딸의 부검을 적극적으로 주장한 점도 무죄의 근거로 봤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