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조직개편안 부결 가능성에 시 공무원들 반발
전문가들 "부결 이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박원순 시장이 물러났으니 일하는 사람도 바뀌어야하는게 당연한거 아닙니까? 박 시장이 데리고 온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하는 건가요?"
#"서울 민주주의위원회는 시작 때부터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던 기구로 민주당 빼고는 찬성하는 사람이 없는데 이것을 해체하는 것이 반민주인가요?"
#"의회가 시민의 대표라고 주장하는데 오세훈 시장도 시민이 뽑은 사람 아닌가요? 바로 현 여권 특유의 내로남불이죠"
오는 10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놓은 서울시 조직개편안의 시의회 심의를 두고 양측의 긴장감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의회의 개편안 처리 비협조에 반발하고 있다. 시민의 심판으로 시장의 당적이 바뀐 상태에서 3년 전 선거 승리를 이유로 조직개편 조차 협력하지 않겠다는 시 의회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9일 서울시청 공무원과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일인 10일로 예정된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 조직개편안 처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는데 따른 공무원들의 불만이 터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110석인 서울시의회에서 101석을 차지한 사실상 유일정당이다. 민주당 시의원들은 아직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10일 본회의에서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조직개편안에 대한 당론을 확정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이야기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서울시청 모습 dlsgur9757@newspim.com |
민주당은 오 시장의 조직개편안 가운데 서울시 민주주의위원회의 사실상 해체에 대해 지적하며 '시정의 연속성'을 이유로 들어 조직개편안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오 시장은 고 박원순 전 시장이 만든 서울민주주의위원회를 없애는 대신 시민협력국을 신설해 이를 포괄한다는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민주당 시의원들은 대표적인 시민참여 기구인 민주주의위원회를 없애는 건 시민참정권을 위축시키는 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서울시가 제출한 조직개편안을 계속 협의점을 찾고 있다"며 찬반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오세훈 시장님이 민주주의자가 아니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사항"이라며 이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 서울시의원들을 대표하는 김정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부에서 이유없는 발목잡기는 하지 않을 것이지만 노동과 민생의 가치를 강조하고 시민 참여를 확대한 기존 사업과 조직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는 건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이 조직개편안 처리를 두고 오 시장과 '협의'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서울민주주의위원회의 명칭과 인력 존치 부분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시청 공무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지난 2019년 7월 출범한 서울민주주의위원회는 출범당시부터 '박원순식 유신회'이란 지적이 있었다. 의회의 고유 권한인 예산 승인권을 갖는데다 위원장의 직급도 부시장급으로 힘 있는 단체였기 때문이다. 또한 14명위 위원 중 절반은 결국 시장이 원하는 사람을 채울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서울시의회 경제기획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민주주의위원회 설치에 관한 조례를 부결시킨 바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은 민주당을 설득해 2주만에 이 조례를 처리하도록 했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서울시 공무원 중에 박 전시장이 데리고 온 사람 빼놓고는 민주주의위원회가 없어져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며 "시민 참여를 이유로 만들었지만 일자리 창출말고는 효과가 없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오관영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월 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사임했다.
이 공무원은 "민주당은 애초 박 전시장이 서울민주주의위원회를 밀어부칠 때 대의민주주의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는데 이제 시장 당적이 바뀌니깐 찬성으로 입장을 바꾼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 의회 의장까지 민주당 소속이란 이유로 조직개편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말하고 있는 것도 정상적인 부분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 모습 pangbin@newspim.com |
조직개편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하반기 인사일정에 모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이 시 공무원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 서울시는 7월 하반기 정기 인사를 낸다. 하지만 조직개편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승진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사가 최소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다른 공무원은 "민주당의 시의회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현체제로 가라는 입장인 것 같은데 앞으로 1년 동안 서울시가 해야하는 일들이 의회의 '몽니'에 막히게 되는 셈"이라고 반발했다.
무엇보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민의 투표로 뽑힌 시장이 시정이 펴는데 의회가 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시작도 못하게 막고 있다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신용수 서울시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최근 조상호 민주당 대표의원을 만나 조직개편안 처리에 대한 대승적인 결단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신 위원장은 "대통령이 바뀌면 국회가 정부조직법을 처리해주는 건 순리"라며 조직개편안 처리를 요청했다. 서공노와 서울시는 9일까지 민주당의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내일 오전으로 미룬 상태다.
여러 상황을 볼 때 민주당의 서울시 조직개편안 처리는 부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오 시장과의 첫 대결인 만큼 여론의 무리가 있더라도 기싸움 승리를 위해 결국 부결로 갈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이에 따라 부결 이후 오 시장이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의회의 대립을 어떻게 슬기롭게 잘 넘기는지도 차기 대선으로 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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