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조 증가에서 SD바이오센서 공모로 이탈
하반기 카뱅‧카페‧크래프톤 공모주 청약 잇따라
이달 말에는 공모주 청약금으로 120조 이동 예상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하반기 공모주 청약에 큰 시장이 시작되자 이달 초에만 은행 예금에서 11조원이 빠져나갔다. 7월 말과 8월 초에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크래프톤 등 공모주 대어들이 줄줄이 상장할 예정이라 월말에는 120조원 가량이 증권시장으로 빠져나갈 것이란 분석이다.
13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이달 9일까지 요구불예금 잔액은 681조1874억원으로 전월(692조2217억원)보다 11조343억원 감소했다. 지난달 22조9144억원 늘어난 것과 상반된다. 요구불예금은 올해 1월말 624조원에서 3월말 672억원, 6월말 692억원으로 상반기에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다가 7월 하반기 들어서면서 하락 전환한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예금주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지급할 수 있는 예금으로, 금리가 낮지만 예금인출이 자유로워 대기성 자금으로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가입기간, 가입대상, 예치금액, 예치기간 등에 제한 없이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한 보통예금과 당좌예금, 가계당좌예금 등이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특별히 7월에 예금이 줄어들 요인은 없다"며 "아직 월초이기도 하도 빠져나간 금액이 크지 않지만 월말에 공모주 청약이 있다고 하니 꾸준히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26~27일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다음달 초에는 크래프톤과 카카오페이가 증시에 상장한다. 이들은 모두 하반기 IPO 대어로 꼽히는 종목이다. 지난 9일에는 SD바이오센서가 일반 공모주 청약에 평균 경쟁률 274.02대 1로, 증거금 약 32조원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SD바이오센서의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5조3701억원이다. 이달 초 빠져나간 11조원의 예금이 SD바이오센서 청약 영향이 큰 것으로 금융권에서 보기 때문에, 몸집이 55조원에 육박하는 카뱅 등 세 업체에는 약 120조원 이상의 자금이 증권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4월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SKIET) 청약에는 증거금이 역대 최대인 80조9017억원 몰렸다. 이때 대출, 요구불예금 등이 늘어나며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이 한 달 만에 50조원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 들어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주식 비중은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가 가진 금융자산의 형태별 비중을 보면 주식 비중이 20.3%로 처음 20%를 넘었다. 펀드까지 합치면 비중은 22.7%로 높아졌다. 반면 예금 비중은 작년 1분기 44.2%에서 올해 1분기 41.0%로 낮아졌다.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2021.07.13 jyoon@newspim.com |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공모주 인기가 이어지자 은행들도 '공모주 반사 이익'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모주 청약 기간이 지나면 갈 곳 없는 자금을 유치할 수 있고 고객유치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신한 쏠(SOL)을 통한 '비대면 증권계좌 일괄신규 서비스'를 시행했다. 최근 공모주 청약 관련으로 다양한 증권사 계좌 개설을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반영해 단 한 번의 가입으로 최대 9개사의 증권계좌를 동시에 신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뱅크도 '증권사 계좌개설 신청' 서비스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에 이은 네 번째 제휴사로 하나금융투자를 추가했다.
이는 올해 초 일정 수준의 청약 증거금만 내면 동등하게 공모주를 배정하는 '균등배분 제도'가 시행되면서 여러 증권사에 최소 청약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어난데 착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은 KB증권과 공동으로 개발한 증권연계계좌인 'KB able Plus 통장'을 통하면 은행 계좌 잔고만으로 증권 거래를 할 수 있다. 우수고객인 'KB스타클럽'은 공모주청약 우대한도 250%를 제공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에서 코로나19 4차 대유행하면서 하반기에 경제가 점차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가 깨져 연내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도 약화됐다"며 "여기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도 약세를 보이면서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이들이 하반기 공모주 대어로 몰릴 가능성이 커, 이달 말 은행의 유동 자금이 많이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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