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서 강도상해 혐의 실형…"술값 면하려는 강도 고의 인정"
대법 "술값 채무면탈 의사 있다고 보기 어려워…다시 판단"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술값을 요구하는 업주에게 일부만 지불하고 폭행을 가해 강도상해죄로 유죄가 선고된 사건에서 "술값 채무를 면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강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강도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A씨는 지난 2019년 5월 27일 새벽 1시50분 경 B씨가 운영하는 주점에서 15만9000원 상당의 맥주를 마신 후 술값 지급을 요구받자 2만2000원만 내고 B씨와 종업원 C씨의 얼굴과 머리 등을 수차례 때려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들을 폭행해 술값 요구를 단념하게 함으로써 13만7000원의 재산상 이익을 얻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각 3~4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한 것으로 보고 강도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1심은 "피고인은 술값 지급을 요구하는 피해자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그 폭행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술값 지급 요구를 무력화했다"며 강도상해죄를 유죄로 인정,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피해자들과 술값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격분해 폭행한 것일 뿐 술값 지급을 면하기 위한 강도의 고의는 없었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도 "피고인이 술값을 면하는 것이 피해자들을 폭행한 주된 목적이 아니었더라도 주점 운영자인 B씨를 일방적이고 무차별적으로 폭행함으로써 술값을 면하게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미필적으로 강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했다. 다만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3년6월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1·2심 판단을 뒤집고 A씨에게 강도상해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A씨가 현금 2만2000원을 지급한 점, 이후 체크카드를 교부했으나 계좌 잔액 부족으로 결제가 되지 않은 점, 폭행 이후 현장에서 벗어나지 않고 경찰관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될 때까지 주점 바닥에 누워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A씨에게 술값 채무를 면탈하려는 불법이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은 "피고인이 주점에서 지급하지 않은 술값이 큰 금액은 아니다"라며 "피고인은 일용직 근로자로 소득이 있었고 이 사건 당일 주점에 오기 전 다른 노래방이나 주점 등에서 수회에 걸쳐 별다른 문제없이 술값 등을 결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에는 강도상해죄의 불법이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A씨의 상고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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