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재건축 사업에 '뿔난' 강남 재건축 단지
'하늘의 별 따기' 안전진단…"현 정부에선 규제 완화 어려워"
새로운 돌파구로 미니 재개발 사업 꺼내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건축 공약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 시절 서울 강남 재건축 대표 단지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압구정 현대 아파트 등이 추진하고 있는 재건축 사업을 연내 진행하겠다는 공약이 자취를 감췄다.
반면 재건축 사업보다는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2세대 도시재생을 통해 2026년까지 주택 2만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장은 현 정부 아래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제와 정밀안전진단 문턱을 넘기는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평가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07.28 ymh7536@newspim.com |
◆ 집단행동에 나선 강남구 재건축 조합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 조합·추진위원회·준비위원회 등이 '강남구 정비사업 연합회'를 꾸렸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압구정 현대, 미도, 개포 우성아파트 등 총 28개 단지가 참여했다. 연합회는 오 시장이 취임 후 재건축 사업 추진 등에 대한 공약 이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대규모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오 시장은 후보자 시절에 "취임 후 일주일 안에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재건축 규제를 바꾸겠다"며 "한강변 아파트 '35층 룰')충고제한과 안전진단 통과 기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향후 5년간 총 3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약 이행은 더딘 모습이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서울 지역에서 주택 준공은 2만 9475 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만 6020가구) 대비 6000가구 이상 감소했고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택 준공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과거 2~4년 전 활발한 인허가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준공 건수의 감소나 정체는 입주 물량 부족으로 이어져 현재의 집값 불안이 지속할 수 있음을 뜻한다.
1~5월 주택 착공은 1만 7555 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2만 7724 가구)이나 재작년 동기(2만 4410 가구)와 비교해 크게 감소했다.
이 기간 선행 지표인 주택 건설 인허가는 3만 915 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2만 2149 가구)보다 39.6% 늘어 급증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5년간 1~5월 평균 인허가가 2만 9377가구임을 감안하면 시장에 안도감을 줄 정도로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
주택의 인허가나 착공이 압도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3~4년 후에도 공급 부족이 해소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도 감소 추세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입주자 모집공고 기준)은 지난해 4만 9415 가구에서 올해는 3만 864 가구, 내년엔 2만 463 가구로 감소한다.
전문가는 오 시장이 추진하는 향후 5년간 24만 가구를 민간 주도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권중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재개발·재건축 등 오 시장의 공약은 누가봐도 공약을 이행하기는 힘들다"며 "서울시와 정부 간 정책적 충돌이 불가피한 만큼 재건축이 추진되지 않을 시 집값만 올려놓는 부작용을 초래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07.28 ymh7536@newspim.com |
◆ '제자리 걸음' 재건축 사업서 미니 재개발로 선회
오 시장은 새로운 돌파구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꺼내들었다. 서울시는 민간 재개발 활성화에 나서고 있어 청파1구역을 시작으로 재개발구역 신규 지정에 나서고 있다.
서울 용산구 청파동2가 청파1구역이 재개발사업 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공람에 들어갔다. 서울에서 신규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기는 2015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에는 도시재생에 치중하면서 재개발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정비업계에선 청파1구역을 시작으로 서울 내 신규 재개발 구역지정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4월 오 시장 당선 이후 서울시가 민간 재개발 활성화에 적극적이고, 정부 역시 민간과 공공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투 트랙에 방점을 두고 있어서다.
실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곳은 모두 102곳(5월 기준)이다. 지난해 2분기(1~6월) 63곳에 불과했던 추진 사업지가 1년여 만에 40곳 가까이 불어났다.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총 39곳으로 전체의 38.2%를 차지한다. 이 중 강동구가 12곳으로 가장 많다. 서초구가 10곳, 송파구 9곳, 강남구가 8곳이다. 비강남 지역에선 강서구(10곳)의 비중이 높다.
사업 절차 기준으로 보면 착공 단계 사업지는 12곳, 조합설립인가 단계 사업지는 57곳이다. 준공 사업지는 4곳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각 자치구를 통해 이르면 9월 후보지를 접수하고 연내까지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라며 "선정된 후보지에 대해서는 시와 시 도시계획위원회가 미리 정비계획안의 큰 얼개를 주민들과 같이 짜서 사업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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