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30일(현지시간) 밤 11시 59분 미군이 철수한 후 31일 탈레반은 독립을 선언했다. 이들은 아프간 국민과 함께 독립을 축하한다고 밝혔지만 지난 20년 동안 자유를 누려온 많은 아프간 국민에게는 공포로 다가온다.
31일 영국 일간 더 가디언은 탈레반의 아프간 완전 정복 후 달라진 아프간 시민의 일상을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있는 탈레반과 이들 사이를 걸어가는 부르카 쓴 여성. 2021.08.27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아리파 아흐마디(가명) 씨는 미군이 철수하고 탈레반의 완전한 통치 하에 놓였다는 소식에 집에 있는 청바지와 단속될 만한 옷가지를 전부 태웠다.
과거 정권 당시 이슬람 율법을 극단적으로 엄격히 해석하는 탈레반은 외출시 전통 이슬람 복장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아흐마디 씨는 "오늘 아침부터 계속 울고 있다. 오빠가 밖에 나가서 부르카(머리부터 얼굴 발까지 감추는 이슬람 복장)를 사왔다. 나는 청바지를 태우면서 희망도 태워졌다. 이제 그 어떤 것도 나를 행복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죽음을 기다릴 뿐, 이제 이 삶을 원치 않는다"고 인터뷰했다.
그는 2001년 탈레반 정권의 몰락 후 미국 등 서방 국가의 지원을 받는 아프간 정부 아래 학교를 다니고, 취직하는 등 자유를 누렸다.
본래 서부 도시 파라 출신인 그는 세관 사무소에 취직했다가 3주 안에 직장을 잃었다. 탈레반이 이 지역을 장악하자 여성은 떠나라는 요구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떠난 후 긴 수염의 남성이 자신이 일하던 자리를 앉았다고 아흐마디 씨는 회상했다.
파라가 함락되자 수도 카불로 왔지만 탈레반은 카불도 장악했다. 아흐마디 씨는 "오늘 아침부로 모든 게 끝났다. 밖에 사람들을 보면 웃음을 잃었다. 모두 웃질 않는다. 완전한 우울감 만이 도시 전역을 삼켰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 은행의 현금 인출기 앞으로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다. AAMAJ NEWS AGENCY/via REUTERS 2021.08.29 [사진=로이터 뉴스핌] |
카불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는 네사르 카리미(가명) 씨는 개장시간 한참 전인 새벽 6시부터 은행으로 향했다. 탈레반이 모든 시중 은행에 매주 인출할 수 있는 금액을 200달러로 제한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시행일인 이번 주말을 앞두고 현금을 확보하려던 것이다.
그는 "아침 일찍인대도 사람들이 줄을 섰다. 낮 12시까지 있었는데 결국 현금인출기는 닫혔다. 인출할 수 있는 현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백명이나 있었는데, 탈레반은 막대기를 들고 사람들을 때렸다. 좀 더 기다리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빈손으로 집에 왔다"고 말했다.
카불에서 대부분의 삶을 산 카리미 씨는 지금의 도시 모습이 낯설다고 했다. 이전 정부 아래의 카불은 자유분방한 도시였다. 길거리에는 화려한 헤어스타일의 시민과 팝송이 들리고, TV에는 터키 드라마가 방영됐는데 "이제는 일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북부 도시 마자르이샤리프에 거주하는 자바르 라마니(가명) 씨는 오늘부터 수염을 기르고, 아프간 전통 의상을 입기로 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는 타인의 복장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 이곳에서는 살려면 복종해야 한다. 탈레반 치하의 삶과 죽음의 거리는 종이 한장 차이다. 해외에서는 수염이나 복장이 매우 간단한 일일지 몰라도 이곳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투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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