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장 작성주체·실명 판결문 유출·윤 총장 개입 여부
공무상 비밀누설·개인정보보보법 위반 적용도 쟁점
[서울=뉴스핌] 김연순 장현석 기자 =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고발 사주 의혹' 관련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 감찰과 수사 전환 가능성까지 열어놨다. 현재 대검 진상조사가 진행중이지만 고발 사주 의혹 핵심 키(key)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 수사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대검 진상조사의 쟁점은 △고발장 작성 주체·전달 여부 △실명 판결문 유출 경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시 여부 등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또한 사실 파악 여부에 따라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쟁점 1: 고발장 작성 주체·전달 여부
인터넷매체인 뉴스버스는 지난 2일 총선 직전인 지난해 4월 3일과 8일 손 검사가 김웅(현 국민의힘 의원) 미래통합당 송파갑 후보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11명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했고 김 후보는 이를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의 핵심대상인 손 검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김웅 의원은 "제보받은 내용은 당에 전달했다"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오락가락 입장을 보이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는 언론보도를 통해 제기된 의혹을 토대로 진상조사에 착수해 고발장의 실체와 전달 경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대검 감찰부 감찰3과는 손 검사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일할 때 사용한 PC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대검 감찰부는 우선 손 검사→김웅 의원(당시 후보)→미래통합당 내부 관계자로 이어지는 전달 과정에서 고발장의 작성 주체와 전달 경위의 진상 규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정기적으로 PC 파일 삭제작업을 진행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문서 파일이 이미 삭제됐거나 컴퓨터 디가우징(하드디스크를 지워 복구가 안되게 하는 기술) 가능성도 있어 사실확인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높다.
또 손 검사가 직접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사실관계를 밝혀낸다고 해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적용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고발 접수로 이어지지 않았거나 이미 공개된 내용에 법리적 판단을 덧붙였다면 공무상 비밀누설로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성승환 법무법인 매헌 변호사는 "공무상비밀누설혐의는 사건화됐을 때는 공모가 되는데 이번 의혹은 고발 접수도 안됐던 사건"이라며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손 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건넨 것이 사실일 경우에도 직권남용 혐의 적용을 놓고도 다른 법해석이 나온다.
성 변호사는 "검사는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수사하는 기관인데 수사기관에서 의도를 가지고 고발장을 전해준 행위 자체는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직권남용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손검사가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게 맞다고 해도 형사 처벌 조항은 없다"며 "현직 검사가 내부 강령이나 지침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유승민 대통령예비후보 캠프 대변인단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21.08.09 leehs@newspim.com |
◆ 쟁점 2: 실명 판결문 유출 경위
또한 대검 감찰부는 실명 판결문 열람부터 유출에 이르기까지의 경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뉴스버스는 손 검사가 고발장 전달과 함께 김웅 의원에게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인 지모씨의 실명 판결문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반인의 경우 개인정보가 비실명 처리된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지만, 실명 판결문은 당사자 외 현직 판·검사만 열람할 수 있다. 현직 검사들은 업무상 참고 목적으로 내부 전산망인 형사사법정보시스템(킥스·KICS)을 통해 실명 판결문을 볼 수 있고 열람 기록도 전산망에 남는다. 감찰부가 킥스 접속기록을 확인할 경우 손 검사를 포함해 실명 판결문 열람자를 특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고발장 전달과 별개로 실명 판결문 유출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 등 다양한 혐의 적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진형 법무법인 가로수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 확보한 제보자 지모씨 실명 판결문은 공개된 자료라고 볼 순 없을 것 같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적용도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또한 "(수사기관이) 자신의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개인정보를 사용한 것이라면 어떤식으로든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그 중 하나로 직권남용죄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도 "우선 (실명 판결문 열람을) 업무상 한 건지 아니면 자신의 사적인 이익이나 다른 의도를 갖고 한 건지 판단해야 한다"며 "정당하게 입수를 했다고 하더라도 사적용도로 썼다면 직권남용 문제가 될 수 있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성승환 변호사는 "실명이 기재된 판례만 가지고 공무상비밀누설로 보기에는 다소 힘들어 보인다"며 "비밀이란 건 알려지지 않아야 하고 보호가치가 있는 정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mironj19@newspim.com |
◆ 쟁점 3: 윤석열 전 총장 지시·개입 여부
대검이 진상조사를 통해 손 검사의 고발 사주를 확인하더라도 윤 전 총장의 지시·개입 여부까지 확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높다. 민간인 신분인 윤 전 총장은 현재까지 대검의 진상조사 대상도 아니다. 또한 윤 전 총장 개입 정황도 드러나지 않았다.
손 검사가 지난해 4월 초 당시 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의 지시·개입 없이 단독 행동을 했겠느냐는 의구심을 표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윤 전 총장의 지시·개입 여부까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결국 강제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장관이 법사위 긴급현안질의에서 추후 진행 경과에 따라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합동감찰, 수사 전환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박 장관은 긴급현안질의에서 "제대로 된 규명이 부족한 경우에는 수사체제로의 전환도 고려해야 된다"고 언급했고, "윤 전 총장이 당시 문제되는 손준성 검사를 대단히 가깝게 활용한 것으로 저는 그렇게 파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허위보도이자 날조이고 고발 사주를 지시한 적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윤 전 총장의 지시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진형 변호사는 "쟁점은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죄로 포섭할 수 있느냐 없느냐보다 윤 전 총장의 관여 여부가 확인되느냐"라며 "윤 전 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당연히 직권남용죄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현재까지 윤 총장까지 엮기에는 너무 과한 거 같다"면서도 "고발 사주 과정에서 공모가 될 수 있는가 여부가 핵심인 거 같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