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비 잔고계정 한국과기원 이외 3개 과기원 운영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국내 과학기술특성화대학(과기원)이 40억원 넘는 연구비 잔액을 교수 개인의 회의비·출장비 등으로 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정통부와 한국과학기술원 등 4개 과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광주과학기술원 등 3개 과기원이 운용 중인 '잔고계정' 규모가 40억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잔고계정은 민간 위탁 과제 종료 후 남은 연구비를 교수 개인 별 통장에 적립했다가 기간 제한 없이 사용하는 제도다. 개인연구지원비, 산업체재투자통합과제 등 명칭은 다양하지만 '인건비 셀프지급' 등 일부 경우만 제외하면 연구책임자가 제한없이 쓸 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과학기술계에서는 남은 연구비를 연구자의 자유로운 연구 탐색 활동에 활용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조승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조승래 의원실] 2021.10.18 biggerthanseoul@newspim.com |
그러나 연구 윤리 측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게 조 의원의 주장이다.
조 의원은 "일반 연구비와 달리 사용기한의 제한도 없고, 용처 제한도 거의 없어 연구책임자가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비상금 통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 제도를 운영중인 광주과기원, 울산과기원, 대구경북과기원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전체 7311건 중 59%인 4325건 지출이 회의비‧출장비였다.
가장 많은 잔고계정(160개, 26억1500만원)을 운용 중인 광주과기원은 무리한 규정 완화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2019년 퇴직자의 잔고계정 사용을 허용하고 추가 완화까지 시도했는데, 당시 총장이 정년(2021년 8월)을 앞두고 있어 '노후 대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와 달리 한국과기원은 지난해 잔고계정을 폐지했다. 내‧외부 감사에서 회계처리 부적정, 허위집행 등이 적발됐고 법률 자문 결과 제도 자체의 위법 소지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한국과기원은 연구비가 남으면 기존 연구비 계정의 사용기한을 한시 연장해 연구 탐색 활동에 사용하기로 했다.
조 의원은 "잔고계정이 과기원에만 있는 제도라는 점도 문제다"라며 "과기원과 마찬가지로 공공‧민간 위탁 과제를 모두 수행하는 출연연에는 잔고계정 제도가 없다"고 말했다.
조승래 의원은 "연구비 집행잔액을 관리하는 방법이 기관 별로 제각각이고 일부 기관에서는 연구윤리 저해 우려가 있는 제도가 방치되고 있다"며 "연구비가 연구비답게, 연구자의 연구 활동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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