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모금으로 2017년 세워졌지만 '불법 설치물' 신세
취객이 발로 차는 등 훼손 "정부 차원 대책 시급해"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박서영 인턴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세워진 강제징용노동자 동상 훼손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와 보호대책을 세워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양대노총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상은 추모와 교육의 공간인 만큼 이를 합법적인 시설물로 전환하고 보호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동자상은 일제 치하 강제로 징용돼 고통 속에 희생된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하고 강제동원의 역사를 고발하기 위해 양대노총을 비롯한 시민들의 모금으로 2017년 건립된 것"이라며 "일제의 전쟁범죄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하고 강제동원 등에 대한 사죄와 배·보상을 촉구하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월 29일 한 50대 남성이 용산역 광장에 세워진 노동자상을 훼손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노동자상을 발로 차 훼손하고 오른쪽에 들려있는 곡괭이 부분을 떼어내 주변 사람들에 휘두른 뒤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추적을 통해 전남 장흥군으로 달아난 남성을 검거해 조사 중이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강제징용노동자상(용산역) 보호조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1.26 hwang@newspim.com |
양대노총은 또 일부 시민과 단체가 노동자상 철거를 주장하며 1인 시위 등을 펼치는 것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촉구했다. 이들은 "제아무리 사상과 표현이 자유가 있다 하더라도 고통과 희생으로 점철된 우리 역사를 훼손하는 행위가 대낮에 버젖이 반복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에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 또는 단체가 국유지인 용산역에 구조물을 세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일제 치하 강제징용된 모든 노동자가 마지막으로 거쳐간 곳이 용산역이기 때문에 노동자상 건립을 강행할 수 밖에 없다"고 정부 차원의 보호대책을 거듭 촉구했다. 실제로 양대노총은 이로 인해 한국철도도시시설공단에 과태료를 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양대노총 기자회견에는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노동자상을 제작한 김서경 작가가 참석했다. 김 작가는 "용산역 노동자상이 훼손될 때 무척 마음이 아팠다"며 "나라가 지켜주지 못해 피해를 당하신 분들이 또다른 피해를 입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우리의 피해 역사를 알리기 위해 평화의 소녀상 등을 세우고 있지만 (일본과 일부 단체가 이를) 왜곡하고 있다"며 "일본의 강제징용 역사를 알리는 노동자상을 지켜달라. 정부가 안 지키면 누가 지키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기자회견 후 양대노총은 노동자상 보호를 위한 구체적 대책을 촉구하는 공문을 정부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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