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가치 적절성..방송사 판단·선택문제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의 통화 녹취에 이어 상대인 이재명 후보의 과거 '형수 욕설' 발언도 방영될 수 있을까. 방송가에서는 해당 건이 방영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방송계에 따르면 전일 MBC 스트레이트의 김건희 씨와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와 통화 녹취 방송 이후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녹취도 방영돼야 한다는 주장에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6일 저녁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음 내용을 다룬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22.01.16 yooksa@newspim.com |
MBC 스트레이트에서 공개한 녹취 내용에 따르면 김건희 씨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적은 민주당" "박근혜를 탄핵시킨 건 보수"라며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냈다. 또 '쥴리 의혹', 유부남 검사와 불륜설 등을 두고도 강하게 부인하며 각계의 관심과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방송 후,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했다"며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발언도 방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해당 녹취 내용 공개 여부를 두고 김 씨 측은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는 이를 일부를 인용하고 나머지는 기각했다. 인용한 부분에 한해 공개된 방송 내용은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법원과 방송사가 판단했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논리로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역시 법적으로 공익에 부합한다면 방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실제 방영은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하나는 뉴스 가치와 적절성과 관련해 방송사의 자의적인 판단과 선택의 문제, 나머지는 욕설 내용 자체가 방송에 부적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16일 저녁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음 내용을 다룬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2022.01.16 yooksa@newspim.com |
이재명 후보의 욕설 관련 파문은 지난 2017년 대선 때부터 후보의 문제로 지적됐던 내용이다. 사건의 전후 관계와 내용, 수위 등이 대부분 알려진 상태에서 새로 다룰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방송사 관계자들은 "관련 사안이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서 사실 방송이 되느냐 마느냐 논쟁 자체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한 지상파 교양국 관계자는 "엄밀히 말하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취재하는 이들을 향한 방송권 침해 소지가 있다"면서 "한 쪽에서 녹취록이 나왔으니 다른 쪽도 방송하라는 요구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이재명 후보의 욕설 논란을 반드시 방송해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적절한 논리와 사후 책임을 가지고 보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욕설이 어느 정도까지 방송에 나올 수 있느냐를 두고서는 약간의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한 관계자는 "상식적인 수준에서는 욕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면서 "방송 정책을 자세히 봐야겠지만 예능이나 시사 프로그램에서도 욕설이 나올 경우 삐 처리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사 관계자는 "욕설이 포함되거나 내용이 부적절할 소지가 있는 경우 김건희 씨 건처럼 방송 전에 가처분 신청이 들어올 수 있다"면서 "그런 경우에 취재원과 합의를 하거나 보충 취재를 하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기를 조정하거나 조치를 거치게 된다. 욕설 때문에 방송이 전면 불가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현재의 제작 상황을 설명했다.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