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페어스케이팅 '은메달'
두 번째 올림픽 베이징 동계올림픽서 '금메달' 노려
"키 차이, 한계 될 수 없어"
[편집자 주] 세계인의 축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2월 4일 개최된다. 코로나19 속에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인 만큼 지치고 힘든 상황 속에서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희망과 용기를 전해줄 각국 선수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특히 주최국인 중국인 선수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지에선 개막을 앞두고 올림픽 선수들이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이 중에는 한국 금메달 유망주의 라이벌도 포함되어 있다. 세계가 주목하고 한국 스포츠계가 경계할 수밖에 없는 중국 메달 기대주를 소개한다.
[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동계올림픽 종목 중 피겨스케이팅 페어경기는 고난이도의 기술력과 예술성을 요하는 종목이다. 남녀 선수 각자의 우수한 실력은 물론, 두 사람의 '케미' 역시 중요하다.
중국 페어스케이팅 대표 '커플'인 쑤이원징과 한충, 두 사람은 두 번째 올림픽 무대인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쑤이원징(좌)과 한충(우).[사진=한충 웨이보(微博)] |
쑤이원징과 한충 모두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 출신이다. 쑤이원징이 1995년생, 한충이 1992년생, 세 살 차다. 중국의 유명 피겨스케이팅 코치였던 롼보(欒波)의 눈에 들며 2007년 페어스케이팅 조를 결성했다.
서로의 첫 인상은 어땠을까? 앳된 모습의 쑤이원징을 보면서 한충은 걱정부터 앞섰다. "자신이 없었다.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페어스케이팅 경기에서는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를 들어올리거나 던지는 동작으로 점수를 얻기 때문에 일부러 체구 차이가 있는 선수끼리 팀을 결성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쑤이원징과 한충의 경우 키 차이가 크지 않아 리프트 동작이 힘들 뿐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겠느냐 하는 의구심이 컸다.
2021년 11월 5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2021~2022 시즌 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페어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 경기에서 쑤이원징(좌)과 한충(우) 중국 팀이 80.07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사진=신화사(新華社)] |
쑤이원징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걱정이 된다고 해서 꼭 걱정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염려스러운 부분을 장점으로 만들고, 걱정이 기우였음을, 섣부른 의심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증명해 보이면 될 일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쑤이원징과 한충은 2009년 9월 열린 전국(중국)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페어 부문 우승을 차지하며 일약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3년 뒤인 2012년, 두 사람은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2014년과 2016년 2017년 세 번에 걸쳐 수상의 영광을 만끽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는 235.47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235.47점으로 1위에 오른 알리오나 사브첸코-브루노 마소 조와 불과 0.43점 차였다.
2021년 11월 6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2021~2022 시즌 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페어스케이팅 경기에서 중국 쑤이원징(우)-한충(좌) 조가 우승을 차지했다.[사진=신화사(新華社)] |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쑤이원징과 한충은 서로에게 뗄래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사람들은 두 사람을 가리켜 '충퉁팀(蔥桶組合)'이라 부른다. '충'은 '파'라는 뜻으로, 한충의 '충'과 발음이 같기 때문에 붙여졌다. '퉁'은 우리말로 '통'이라는 뜻인데, 쑤이원징을 가리킨다. "어렸을 때 까만색 옷을 입었었는데 둥글둥글한 '통'처럼 보였던 것 같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국민여동생 통'이라 불렀다."
한충은 쑤이원징의 보호자를 자처하고, 쑤이원징 역시 한충을 '얼바(二爸·작은 아빠, 삼촌)'라 부른다. 남다른 '케미'를 보여주는 두 사람, 친가족 만큼이나 끈끈한 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버팀목'이기도 하다. "쑤이원징이 부상으로 수술을 했을 때 그녀가 하루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 힘을 주고 싶었다. 내가 부상을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버틸 곳이 되어준 사람, 쑤이원징이었다."
2022년 1월 5일, 중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전 마지막 공개 훈련을 가졌다. 사진은 페어스케이팅 선수 쑤이원징(좌)과 한충(우)의 모습.[사진=신화사(新華社)] |
4년 만에 다가온 올림픽. 한충은 자신이 더욱 성숙해졌음을 느낀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감정이다.
쑤이원징은 평창 올림픽 때보다 한결 여유로워졌다. 훌륭한 팀원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즐기는 축제의 현장에서 쑤이원징은 조국과 올림픽이 선사한 영광을 만끽하고자 한다.
한충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음악과 한 몸이 되어 혼신의 연기를 펼치고 싶다. 훈련을 하면서 리프트 동작에 난이도를 더했다. 관중 여러분과 심사위원에게 놀라운 순간을 선물할 것이다."
모든 공식 경기가 끝나고 나면 수상한 선수들이나 인기 있는 선수들이 참가한 갈라쇼가 예고되어 있다. 메달이 달린 경기 만큼의 긴장감이나 짜릿함은 덜하지만 피겨스케이팅의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다. 쑤이원징은 갈라쇼 공연에 열정을 보였다. "갈라쇼에서는 중국적 색채가 짙은 연기를 펼칠 것이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전세계에 중국 문화를 알릴 수 있길 바란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쑤이원징(우)과 한충(좌).[사진=바이두(百度)] |
베이징 동계올림픽 페어스케이팅 금메달을 거머쥐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퉁충' 커플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단연 러시아 팀이다. 세계 피겨스케이팅 페어 부문 상위 5위 중 3위에 '퉁충' 커플이, 5위에 또 다른 중국 팀인 '펑청(彭程)-진양(金楊)' 팀이 랭크되어 있고, 나머지 세 팀은 모두 러시아 팀이다.
"기량이 뛰어난 러시아팀이지만 쑤이원징과 한충 역시 고난이도 동작으로 이번 올림픽에 대비했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이다. 동작의 안정성을 염두에 두고 훈련을 했다.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지고 이기고의 문제는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는가."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자오훙보(趙宏博) 감독의 말이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