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사망사고에 정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설 연휴 첫날 일어난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해당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인 가운데 실제 '1호 처벌' 사례가 나올지 이목이 쏠리는 모습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삼표산업의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 1호 적용 대상이 되면서 향후 처벌 수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 붕괴로 3명 사망…중대재해처벌 '1호 사례' 될까
지난 29일 경기 양주시 소재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석재 발파를 위해 돌에 구멍을 뚫던 중 토사가 무너지면서 작업자 3명이 매몰됐다. 이후 닷새에 걸친 구조 및 수색 작업 끝에 매몰된 작업자 세 명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당일 해당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밝히며, 삼표산업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지난해 2건의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체에서 다시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하다"며 "사고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재발방지대책 수립 의무 등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 규명을 하겠다"고 했다.
경기도 양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에서 지난달 29일 붕괴 사고가 발생, 소방당국이 매몰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이틀 만에 벌어진 사망사고에 해당 기업을 떠나 산업계 전체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처벌 수위가 어떻게 될지에 시선이 집중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으로, 지난달 27일 시행됐다. 중대재해는 사망 1명 이상, 6개월 이상 치료를 요하는 부상자 2명 이상, 동일한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 1년 내 3명 이상이 발생한 산업재해를 말한다.
해당 법률은 '경영책임자'라는 개념을 도입,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재벌 총수 등에 대한 처벌이 가능케 한 것이 특징이다.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대해 처벌을 부과하고 있는데, 안전조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부상이나 질병이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번 채석장 붕괴 사고가) 신경이 쓰인다"면서 "조사 결과와 처벌까지가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 기업들 40%,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구속으로 인한 경영 공백 및 폐업 우려
기업들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경우에 따라서 '총수'가 감옥에 가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부담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상위 1000대 비금융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응답은 52%(다소 위축 39%·매우 위축 13%)에 달했다.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 중 가장 걱정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업주·경영책임자 구속으로 경영 공백 및 폐업 우려'(39.5%)가 1위를 기록했다.
'총수 구속'만은 피해야 한다는 지상과제가 생기면서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최근 삼성전자는 그동안 사업장 내 권고사항이었던 '5대 안전 규정'을 전체 임직원과 방문객에 의무 적용토록 강화했다. '보행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를 비롯해 '무단횡단 금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운전 중 사내 제한 속도 준수', '자전거 이용 중 헬멧 착용' 등이다.
삼성전자 측은 "꼭 중대재해처벌법 때문만은 아니고, 안전에 관계된 것이니 좀 더 주의를 기울이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총력 대응,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담조직과 직책을 신설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개발제조총괄이었던 기존 부서를 '안전개발제조총괄'로 확대·개편했고, LG전자는 '주요 리스크 관리 조직(CRO)'을 만들어 안전환경담당 지정을 마쳤다.
최근 잇따른 붕괴 사고로 할 말이 없게 된 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지난해 10월 300명 규모의 안전관리본부를 신설했고, GS건설은 대표이사 직속 최고안전책임자(CSO)에 안전보건 관련 최종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CSO로 하여금 안전보건 관련 업무를 총괄토록 했으며, 롯데건설은 지난 연말 인사에서 안전보건부문을 대표 직속의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시켰다.
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현장에는 로봇과 자동화 설비가 도입되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설비 내 이물질을 찾아 제거하는 업무에 인공지능(AI) 로봇을 투입하고 있으며, CJ대한통운은 물류센터에 로봇을 도입, 상품 포장과 분류를 자동화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보다 안전한 업무 현장을 만들어가자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