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나현 기자 =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선 가운데 러시아가 중국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경제 제재의 충격을 회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주요 7개국 정상들이 27일(현지시간) 일부 러시아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금융기관 간 결제용 시스템이다. 스위프트 망을 활용하지 못하면 사실상 국제 금융 시장 접근이 전면 제한되어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되므로 러시아가 중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를 통해 스위프트 배제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난 4일 푸틴의 방중 기간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는 연 100억㎥의 천연가스 거래 계약을 맺었다. 또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Rosneft)도 향후 10년에 걸쳐 총 1억t의 원유를 중국에 공급하기로 했다.
원유와 천연가스는 러시아의 핵심사업으로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 간 에너지 협력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국 해관총국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3일 러시아 전역의 밀 수입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밀 수입 전면 허용 역시 푸틴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이뤄진 것으로 관측됐다. 앞서 러시아는 군사작전 개시 6일 전 중국에 1년간 1억t 규모의 석탄을 공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가 스위프트 망에서 배제되면 미국 달러화 대신 위안화를 사용한 무역 규모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직 미국 무역협상가였던 해리 브로드맨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가하면 러시아는 중국과 비(非)달러를 통한 무역 거래를 강화해 제재 효과를 약화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기 시작하면서 달러 의존도를 꾸준히 낮춰왔다. 러시아 중앙은행 지급준비금 중 달러 비율은 2020년 6월 22.2%에서 2021년 6월 16.4%로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의 위안화 비중은 지난해 13.2%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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