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최초의 여성 상품군 총괄 본부장 임명...여성 임원↑
신세계百 영업이익 최대...코로나19 이전 수준 넘어서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롯데백화점이 신세계에 이어 샤넬 등 명품 회사에서도 인재를 데려가고 있다. 최근 마무리된 부문장급 인사의 70% 이상이 외부인사로 주로 명품 업계서 오랜 기간 몸 담은 이들이다.
롯데가 명품 강화에 초점을 두고 인재 영입에 나선 이유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필두로 하는 하이엔드급 명품이 실적을 좌우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점포 대부분이 3대 명품인 '에루샤'을 모두 품은 곳이다. 에루샤'을 모두 보유한 신세계백화점 지점도 4곳이다. 롯데백화점은 1곳이다.
지난해 경쟁사인 신세계에 비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롯데백화점이 소위 '순혈주의'로 불리는 기존의 관행을 타파하는 등 자존심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 롯데百, 샤넬·루이비통 출신 기용..."경쟁사 인재 영입에 이은 공격적인 인사 배치"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럭셔리 상품군을 총괄하는 MD1 본부장으로 샤넬과 지방시 지사장을 지낸 이효완 전무를 이날 영입했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지난해 말 취임한 뒤 2달여간 진행한 임원 인선이 마무리됐다.
롯데백화점의 부문장급 이상 인사 11명 중 7명이 외부인사로 채워졌다. 순혈주의가 강했던 롯데백화점이 주요 요직에 외부 인사들을 기용한 것은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신세계 출신의 정 대표가 오면서부터 예견됐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1월 창사 후 처음으로 외부출신의 정 대표와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을 임명했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022.03.02 aaa22@newspim.com |
이번 인사에 명품과 패션 업계에서 오랜시간 몸담은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 이 외에도 삼성물산 패션부문 출신의 진승현 상무와 루이비통코리아 출신 김지현 상무보를 각각 럭셔리 MD1 본부 럭셔리 앤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부문장과 마케팅 앤 커뮤니케이션 부문장으로 선임했다.
경쟁사인 신세계 출신 인재도 대거 등용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명품 부문을 이끌 수장으로 신세계 출신인 조형주 럭셔리 부문장을 영입했다. 그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아르마니의 바이어로도 활동했다. 정 대표가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조 부문장 기용을 건의하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를 과감하게 수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1월에도 신세계 출신인 이승희 상무와 안성호 상무보도 영입했다.
업계에선 신 회장이 신년사에서 예고한 '순혈주의' 타파를 본격화했다는 평이다. 실적 개선과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다. 여성과 경쟁사 인사를 대거 기용한 데 이어 암묵적으로 이뤄지던 퇴사 후 재입사를 금지했던 관례를 깨는 등 강도 높은 조직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그룹 정기 인사에서 퇴임했던 장호주 전 부사장을 지난해 12월 상근고문에 임명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 롯데백화점의 궤적을 봤을 때 이번 인사는 굉장히 이례적으로, 경쟁사와 명품 회사 인재를 대거 기용하는 등 공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인사는 오너의 결정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부분으로 신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신세계 이어 롯데도 여성 경영·럭셔리 강화 나서
신세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업계에선 2009년 취임 이후부터 '명품 경쟁력'을 중시한 정유경 총괄사장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의 지난해 영업이익 5173억원으로 전년(885억원) 대비 484.6% 증가했다. 사상 최대치다. 코로나19 이전 영업이익을 뛰어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매출이 급증하며 신세계의 역대급 실적을 견인했다. 백화점이 실적 개선의 선봉 역할을 한 셈이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2조 136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622억원으로 전년(1797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2022.03.02 aaa22@newspim.com |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 명품 소비 수요를 실적으로 끌어오는 데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증가률은 신세계백화점 28.7%, 현대백화점 23.7%에 비해 롯데백화점은 12.7%에 그쳤다. 전체 매출에서 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44% 이상 늘었다. 반면 롯데백화점은 약 18%다.
롯데백화점의 '탈순혈주의·전문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번 인선의 또 다른 키워드는 '여성'이다. 이번에 선임된 이 지사장이 맡은 MD1 본부장은 명품뿐 아니라 뷰티와 해외패션을 총괄하는 핵심 보직 중 하나다. 롯데백화점이 상품본부 본부장으로 외부인사이자 여성을 임원으로 발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정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여성 임원들을 다수 기용했다. 부문장급 인사 11명 중 7명이 여성이다. 최근 단행된 인사에서 2명이 더해지며 기존에 있던 외부인사 5명도 주요 보직으로 옮겼다. 백화점의 특성상 여성 고객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의 경쟁력을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약 23%인 여성 임원 비중을 3년 뒤 절반 가까이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전문성'에 방점을 뒀다"며 "새로 오신 분들의 대부분이 2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전문가로, 해외 패션이나 마케팅 등 외부에서 부족하다고 지적했던 부분을 보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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