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타나 "북한 주민 1000만명 이상이 식량 부족 시달려"
CIA "북한 국방예산, 전체 GDP 20~30% 수준 추산"
[서울=뉴스핌] 이영태 기자 = 2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는 대내적으로 주민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기만정책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고위 탈북민들과 전문가들이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5일 보도했다.
겉으로는 인민대중제일주의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체제 유지 때문에 무기 개발에 집중해 민생만 더 악화하는 무책임한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총비서가 지난 23일 새로 개발된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단행할 데 대한 친필명령서를 하달하고 24일 화성-17형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2022.3.25 [사진=노동신문]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2년 4월 집권 후 첫 공개 연설에서 주민들이 더 이상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꼭 10년이 지난 현재 인민들의 허리띠는 더 바짝 조여졌고 발전한 것은 핵·미사일뿐이란 비판이 지배적이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현재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49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자신의 임기 6년 동안 북한 주민들의 만성적 식량난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 전체 주민의 41%를 넘는 1000만명 이상이 식량 부족에 계속 시달리고 있고 6~23개월 영유아의 29%만이 '최소 허용 식단(MAD)' 이상의 식사를 하고 있다며 "의미 있는 개혁을 추진하지 않은 정부의 실패 징후로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지난 21일 제네바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정부가 국가 자원을 과도하게 무기 개발에 투입하는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 정부가 국가 자원을 핵무력 개발로 전용하고 있다고 단언하는 만큼 정부가 자원을 주민들의 필요에 먼저 배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 정부가 올해 국가 예산의 15.9%를 국방력 강화를 위해 투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해 말 갱신한 웹사이트의 국가별 현황(Factbook)에서 북한 국방예산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30%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런 과도한 국방비 지출 비율은 세계에서 압도적인 1위다. 미 국무부는 지난 2019년 군비지출 보고서에서 한국 2.6%, 미국 4.2%, 대부분의 서방 유럽국가들은 2% 미만, 2위인 오만조차 12.4%로 북한보다 훨씬 비율이 낮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산하 고위 직책을 지낸 리정호 씨는 VOA에 북한의 실질 국방비는 국제사회의 추정보다 훨씬 더 많다며 "이는 김정은의 기만 정책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리씨는 "2경제라고 하는 군수 경제가 아주 막강하다. 내각 경제를 초월한다. 군수, 군대, 39호실 경제 일부분이 다 국방력에 쓰이기 때문에 실제 우리가 외부에서 관찰하는 기준으로는 바로 보기 힘들다"며 "50~60%는 군수, 군대 경제가 차지한다고 본다. 그러니까 이것은 인민들의 생활이나 굶주림을 해결하는 것보다 자기 체제와 생명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겉으로는 인민대중제일중심주의를 내세우며 인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인민을 속이고 체제 안위에만 집중하는 기만정책을 무책임하게 펼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런 우려는 지난 21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개최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상호대화에서도 이어졌다.
호주 제프 로치 주제네바 부대사는 "북한 내 모든 개인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이 북한 정권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며 "그러나 북한 정권은 계속 자원을 대량살상무기(WMD) 추구를 위해 전용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측 대표도 북한의 무기 시험에 많은 관심이 쏠리지만, 인권의 결여는 북한 정부가 부족한 자원을 기본적 필요에서 핵무기로 전용하는 것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 고영환 한국 국사문제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VOA에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는 인민의 삶을 무시한 채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핵무력 증강을 고수하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언급했다.
고 위원은 "북미정상회담도 해 보고 톱다운도 해보고 바텀업도 해보고, 6자회담도 해 보고 다 해봤는데 어쨌든 해결되지 않지 않냐! 이것은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북한이 자기 길을 고집하기 때문이 아닌가? 결국 자기 체제를 유지하고 연장하는 것 외에는 신경을 안 쓴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니까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것은 허구고, 인민들을 하늘처럼 여긴다고 하는 것도 허구고, 그냥 김정은 자체가 자기 체제를 끌고 가기 위해 나는 핵과 미사일, 군대 무력 강화 이거밖에 신경 안 쓰겠다는 선언이라고도 본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인민을 속이는 북한 정권의 이런 기만정책이 관영 매체와 선전 선동을 통해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외부 정보를 대량으로 보내 주민들에게 실태를 바로 알려야 한다고 권고한다.
최근 '민주주의의 황혼'이란 책을 펴낸 미 존스홉킨스대학 아고라 연구소 앤 애플바움 연구원은 이달 초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자국민들에 대한 권위주의 정권의 허위 정보에 대해 보다 정보 유입으로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애플바움 연구원은 "독재자들이 생산하는 노골적인 선전에 대해 단순히 격앙되게 사실 확인과 부정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며 정보가 없는 곳에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정보를 상대 국민이 하는 말로 훨씬 더 방대하게 전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조사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대표도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과거보다 많이 깨어났지만 여전히 정권의 선동선전 전략이 작동하고 있다며, 국제 시각 등 정확한 정보를 통해 기만정책의 허상을 허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