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국채시장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잇따르며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각) 미국채 10년물 금리와 2년물 금리의 차이는 일시 마이너스 0.03bp를 기록했다.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를 역전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 금리보다 높아 금리 차이는 플러스 영역에 머물러야 한다.
하지만 최근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가속 우려에 단기물 금리가 뛴 반면 우크라이나 사태 등 향후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장기물 금리는 짓눌린 상태여서 금리 차가 좁혀지다 역전된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 건물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보다 앞서 작년 10월부터 20년물 수익률이 30년물 수익률을 넘어선 사례가 나왔고, 전날에는 미국채 5년물 수익률이 30년물 수익률을 넘어서면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역전 현상이 발생해 불안감을 키웠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2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역전을 가장 정확한 경기침체 신호로 여긴다.
과거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나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 위기 때 10년물과 2년물 수익률이 역전된 뒤 어김없이 불황이 찾아온 만큼 월가에서는 이번에도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일단 채권시장 신호를 예의주시하면서도 당장은 침체 가능성을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웨스턴 유니언 비즈니스 솔루션 선임 시장 애널리스트 조 마님보는 "2년물과 10년물 금리 움직임은 시장이 연준의 소프트랜딩 여부를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음을 뜻한다"면서 "연준은 공격적 금리 인상을 시사했지만 올해 미국 성장 전망은 이미 다소 둔화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레이몬드 제임스 채권리서치 담당이사 엘리스 파이퍼는 "연준의 공격적 긴축 사이클의 궁극적인 결과는 침체가 되겠지만 그렇게 빨리 (침체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돼도 매번 침체가 수반된 것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침체로 이어졌던 경우 침체보다 13개월 정도 앞서서 금리 역전이 발생했고, 연준이 금리 인상 사이클을 완료하기 전까지는 대개 침체가 발생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이밍이 과거 추이를 따른다면 이번 경기 침체는 내년 이맘때쯤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메들리 글로벌자문 전략가 벤 에몬스는 "역사적으로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없이 경기침체가 일어난 적은 없었기에 이 현상이 향후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지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이 일어난 후 경기침체가 발생하기까지 최대 2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