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재판 불출석으로 반대신문권이 보장 안돼"
"증인신문조서 및 수사기관 진술조서 증거능력 없어"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총을 겨누고 신체부위를 담뱃불로 지지는 등 폭행을 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원심에서 인정한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확정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과 같이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앞서 A씨는 지난 2013년 피해자가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권총을 피해자 머리에 겨눈 채 옷을 벗게 한 후 약 3시간 동안 무차별 폭력을 행사해 치료일수 미상의 피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과 증거로 인정된 사진 등에 기초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는 A씨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증인신문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됐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심 재판장은 증인신문을 마치고 퇴정한 피고인을 입정하게 한 후 법원사무관 등으로 하여금 피해자의 진술 요지를 고지하게 한 바 없어 절차의 위법이 있다"며 "원심 2회 공판조서 중 피해자의 진술기재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인정했다.
이어 "법원이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의 신빙성과 임의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황에 기초해 유죄의 심증을 형성하더라도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수사기관에서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폭행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다투어 왔고 위와 같은 주장은 피해자에 대한 경찰 및 검찰 진술조서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에 대한 반대신문을 통해 조서의 내용을 탄핵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해자가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피고인이 반대신문권을 행사하지 못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임의성이 충분히 담보된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면서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나머지 증거들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판결의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이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