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주 법원서 징벌적손해배상 판결
1심 허가→2심 불허→대법 "3배 손배 허용"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사업자에게 실제 손해액의 3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한 미국 하와이주 법원 판결에 따라 국내 법원이 강제집행을 허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사와 B사가 C씨를 상대로 낸 집행판결에서 원고 일부 패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집행판결은 외국 법원의 확정 판결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국내에서 집행하기 위해 국내 법원에 허가를 구하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미국 법인인 A사는 2003년 경부터 필리핀 회사인 D사가 생산하는 건조 망고 등 식료품을 하와이에서 독점 수입·판매하다가 2009년 D사로부터 독점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에 A사와 A사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던 B사는 사업자 C씨가 자신들과 D사 사이의 독점계약 관계를 방해하고 불공정한 경쟁방법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미국 하와이주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하와이주 법원은 C씨에게 "A사와 B사가 입은 손해의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고 A사와 B사는 2016년 하와이주 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을 허가해달라며 국내 법원에 집행판결을 제기했다.
1심은 손해액 3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금에 대한 강제집행을 허가하며 A사와 B사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항소심은 실제 손해액에 해당하는 부분만 강제집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리나라의 손해배상 체계에서 하와이주 판결과 같이 발생한 손해의 3배에 이르는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지급을 명하는 것은 A사와 B사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위해 필요한 정도를 넘는다"며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명한 외국재판이라도 국내 법률에서 정한 손해배상액의 상한 등을 고려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은 "하와이주 판결은 C씨가 불공정한 경쟁방법 등을 사용한 행위를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서는 이러한 C씨의 행위를 '불공정 거래행위'로 규율하고 있다"며 "비록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손해배상을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등에 대해 실제 손해액의 3배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C씨의 행위는 실제 손해액의 3배 내에서 손해배상을 허용하는 법조항을 두고 있는 공정거래법의 규율 영역에 속한다"며 "실제 손해액의 3배에 해당하는 손해배상을 명한 하와이주 판결을 승인하는 것이 우리나라 손해배상제도의 원칙이나 이념, 체계 등에 비춰 도저히 허용할 수 없는 정도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은 "손해전보의 범위를 초과하는 배상액에 대한 강제집행을 불허한 원심 판단에는 하와이주 판결 승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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