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美 기업들 M&A 거래 대금 6%만 주식으로 지급
머스크CEO도 트위터 인수 대금 '현금 지급'
"기업 CEO들 낙관적 주가 전망 반영"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지난 주말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급락하자 미 증시가 본격 약세장에 진입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는 3~4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50bp(1bp=0.01%포인트) 금리 인상이 거의 기정사실 되고 있는데다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여러 악재가 증시를 짓누르며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나스닥지수 1년 추이 [사진=구글] 2022.04.27 kwonjiun@newspim.com |
실제로 나스닥지수는 최근 고점 대비 23.9% 급락하며 이미 약세장에 진입한 상태다. 스탠더드앤푸어스500(S&P500)은 14.3%, 다우지수는 10.8% 각각 하락하며 약세장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 약세장(베어마켓), 10% 이상 떨어지면 조정장으로 본다.
월가 투자은행들 사이에도 약세장 진입을 알리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미 증시 혼란이 더 심해져 전고점 대비 20% 빠지는 약세장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마켓워치는 월가에서 약세장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거 같다며,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Dealogic)의 분석 자료를 언급했다.
◆ 올해 M&A 거래 대금 6%만 주식으로 지급...1995년이후 '최저'
딜로직에 따르면,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지난 1998년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전체 대금(미 달러가중평균 기준)의 65%가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지불됐다.
[미 M&A 거래에서 주식으로만 지급된 비율(%), 자료=CNBC, 딜로직 재인용] 2022.05.02 koinwon@newspim.com |
대표적인 예가 미 역사상 최대 규모 M&A로 기록된 인터넷 회사 아메리카온라인(AOL)의 타임워너 인수다. 당시 AOL은 인수 금액 3500억달러 전액을 주식으로 지급했다. 2000년도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시절이다.
하지만 올해는 양상이 달랐다. 딜로직에 따르면 미국 기업 간 M&A 거래에서 전체 대금의 6%만이 주식으로 지불됐는데, 이는 1990년대 말과 비교하면 10분의 1수준이다. 1995년 후반 이후 최저치기도 하다.
이와 관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M&A 전문가인 매튜 로즈 크로프 경영학(재무학) 교수는 "역사적으로 M&A 거래에서 주식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비율이 낮다는 건 증시의 역발상(contrarian) 시그널"이라고 지적했다.
즉, 지금처럼 주식으로 대금을 지급하는 비율이 낮다는 건, 경영진들 사이 향후 주가 전망이 밝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가가 향후 오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경영진들도 주식보다는 현금으로 지급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다만 크로프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3차 대전으로 확전되는 등의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기면 이 같은 역사적 경향도 어긋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 머스크도 트위터 인수 '전액 현금'
최근 화제가 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트위터 인수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인수를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465억달러 규모의 자금 마련 계획을 밝혔는데, 테슬라 주식 담보 대출(125억달러)를 포함해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리스 등 은행 빚으로 255억달러를 마련하고 나머지 210억달러는 자기자본으로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한 셈이다.
또 매체는 금리가 눈에 띄게 올랐는데도 최근 주식으로만 거래하는 M&A 비중이 급감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며 2.9%를 넘어섰는데, 이는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나 딜로직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듯 기업 CEO들은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 보다는 높아진 이자 부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채무를 통한 자금 조달을 선호하고 있는 셈이다. 마켓워치는 이는 그만큼 경영자들이 현재 주가가 저평가된 상황으로 판단했다는 반증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