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장·차관급에 모두 여성...'남성 편향' 과감 탈피
여성 전문성에 문턱 없애 인재풀 확대
[서울=뉴스핌] 차상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발표한 3명의 장·차관급 추가 인사에서 모두 관련 분야 여성 전문가를 발탁했다.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부터 고위 공직 여성 홀대 등 계속되고 있는 여성차별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의 공직 인선 기조가 바뀌는데 변곡점이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보건복지부 장관에는 김승희 전 국회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또 차관급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는 오유경 서울대 약대학장을 선임했다. 3명 모두 여성이다.
이날 인선은 윤 대통령이 1차 내각의 남은 두개 부처 장·차관 후보자를 여성으로 우선 검토하라고 지시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능력 위주'의 인사를 고수하며 여성 할당, 지역 안배 등 기존 정치권 인사정책 대신에 실무형 인사를 지속했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새 정부 첫 정식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05.26 |
이 영향으로 이미 임명장을 받은 16개 부처 장관 중 여성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한화진 환경부 장관 등 3명에 그쳤다. 전체의 19% 선이며 청문 과정에서 자진사퇴한 2명의 남성 장관까지 포함하면 17%에도 못미친다. 문재인 정부가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며 초대 내각에서 장관급 19명중 6명(32%)을 발탁한 것에 비하면 절반선이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 홀대, 호남 홀대 등 인사 기조에 대한 비판이 고조돼 왔다. 특히 능력 위주 인사를 표방하면서 그 발탁 대상들이 대체로 기득권층 위주로 쏠리게 됨에 따라 이 과정에서 이른바 서오남(서울대·50대·남자)이 득세하고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됐다.
나아가 지방홀대 등의 문제까지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상대적으로 역대 정부의 다양성을 중시한 인사평등 기조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갈수록 커졌다.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2022.05.26 nevermind@newspim.com |
윤 대통령의 능력위주 인사 정책은 지난 21일 한미정상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논란거리가 됐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 기자는 "한국의 내각에는 대부분 남성만 있다.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일을 계획하고 계신가"라고 물었다. 전세계에 생중계되는 현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남성 편향성'을 간접 지적한 것으로 윤 대통령은 잠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금 공직사회에서, 예를 들면 내각의 장관이라면 그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를 못했다"며 "아마 우리가 각 직역에서 여성의 공정한 기회가 더 적극적으로 보장되기 시작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회의장단과의 만찬 자리에서도 "최근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하는데 한 여성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졌는데,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것'이라고 해서 그 말을 인상깊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겠다"며 기존 인사 기조를 바꿀 방침을 공식화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 선회로 이날 인선 발표도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첫 정식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2.05.26 photo@newspim.com |
대통령실은 이날 지명된 3명의 내정자가 모두 해당분야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사들이라고 특히 강조했다. 박순애 후보자의 경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기획재정부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경영평가 단장을 역임한 이력을 갖고 있다.대통령실은 박 후보자에 대해 공공행정 전문가로서 교육행정의 비효율을 개선하고 교육 분야 핵심 국정과제 실현을 이끌어줄 적임자로 소개했다.
김승희 후보자는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등을 역임한 보건의료계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현장과 정부, 국회에서 쌓아온 경륜과 전문성이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 분야 국정과제 달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대통령실은 기대했다.
오유경 식약처장도 서울대 약대 교수로서 한국약학교육협의회 이사장과 한국약제학회장을 지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여성에 대한 기회를 더욱 과감하게 늘린다는 생각에 이번 인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여성에 대한 무형의 문턱을 낮춘다면 전문 분야 인재풀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5060과 서울대 편향 인사 지적에 대해서도 이를 소화해 나가는 인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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