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구나현 기자 = 인구 6억명 규모의 동남아시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3월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에서 아이오닉 5 전기차 생산을 시작했다. 아이오닉 5는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생산되는 전기차로 현대차는 아이오닉 5를 앞세워 지난달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 점유율 98%를 달성했다.
인도네시아는 연간 100만대 이상의 차량이 팔리는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5년까지 총 자동차 판매량 중 순수 전기차 비중을 20%로 확대하고 풍부한 비철금속 자원을 활용해 배터리 산업을 육성해 전기차 허브로의 도약을 목표로 내걸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현지 제조업체에 부품 수입관세와 사치세를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아세안 무역무역협약(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 비율이 40% 이상이면 역내 무관세로 수출이 가능하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 우링(五菱)자동차의 합작사인 상하이GM우링(SGMW)은 지난 1일 인도네시아에서 소형 순수 전기차 신모델을 공개했다. 해당 모델은 올해 현지 생산을 앞두고 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사진=현대차] |
태국은 오는 2030년까지 완성차의 30%를 전기차로 채울 계획이다. 또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해 태국 현지에서 생산한 순수 전기차 한 대당 최대 56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전기차 개별소비세(개소세)도 8%에서 2%로 낮췄다.
창청자동차(GWM)는 지난해 11월 태국에서 전기차 '오라 굿 캣'을 출시했다. 오라 굿 캣의 사전 예약 주문량은 4700대를 넘어서며 지난해 태국 순수 전기차 판매량(2100대)을 뛰어넘었다. 창청자동차는 2023년부터 현지 생산을 통해 가격을 더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토요타도 올해 출시한 첫 순수 전기차 'bZ4X'를 2024년 이후 태국 현지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역시 2022년 내 태국에서 순수 전기차 조립을 선언했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은 태국 국영에너지그룹 PTT와 합작해 2024년 순수 전기차를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스웨덴의 볼보자동차가 전기차 조립을 시작했다. 중국 장안자동차는 1월 말레이시아 필드맨그룹과 전기차 조립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에서 다소 뒤쳐진 필리핀은 5월 전기차 산업 활성화 법안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물류 및 대중교통 기업은 추후 전기차 비율을 5% 이상 유지해야 한다.
다만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후지에 히데키 일본무역진흥기구 싱가포르사무소 부주임은 "동남아시아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화석 에너지원 의존도가 높아 탈탄소 전환이 어렵다"며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gu121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