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인플레 억제 나서
한미 금리 역전·환율상승 우려 반영한 듯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았다. 치솟는 소비자물가를 억제하고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선 것.
이창용 한은 총재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에 있는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연 1.75%에서 2.25%로 조정된다.
한은의 빅스텝은 사상 처음이다. 한은은 그동안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조정했다.
아울러 한은은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3회 연속 올렸다. 앞서 한은은 지난 4월과 5월에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지난 6월에는 통화정책방향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한은의 과감한 조치는 높은 물가상승(인플레이션)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로 한은이 목표로 하는 물가상승률(2%)을 크게 웃돈다. 이는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 11월 이후 약 24년 만에 최고치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물가가 지금보다 더 오른다고 본다는 점이다. 향후 1년 물가상승을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 3.9%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다.
인플레이션은 소비 위축, 상품 판매 감소 및 재고 증가, 기업 생산 및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침체를 초래한다. 인플레이션 억제가 한은의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
실제로 한은 지난달 내놓은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2022.07.13 ace@newspim.com |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한은을 빅스텝으로 이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1.50~1.75%로 한국과 차이는 0.00~0.25%다. 만약 이번에 한은이 빅스텝을 밟지 않았다면 한미 금리 역전은 시간문제였다.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달 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연준이 이번에도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미 금리 역전 시 국내에 들어온 투자금이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이때 환율 상승이 예상된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오름세로 이어져 다시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경로로 한국경제에 부담을 준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물가와 원화 약세, 기대인플레이션이 빅스텝 3가지 근거"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은이 결정한 빅스텝은 시장 다수의 예상에 부합했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4명이 빅스텝을 전망했다.
한편 이창용 총재는 이날 오전 11시10분쯤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배경과 만장일치 여부 등 금통위에서 논의된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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