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믈가 전망대로 움직이면 0.25%p씩 인상 제시
금융시장, 0.25%p 인상 2회 예상…"빅스텝 예외 조치"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억제하기 위해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은 가운데 시장에서는 한은의 다음 보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13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물가흐름이 향후 몇 달간 지금보다 높은 수준을 보인 후 점차 완만히 낮아지는 상황 아래에서는 금리를 당분간 25bp(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내외 여건 변화로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되거나 이와 달리 경기 둔화 정도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정책 대응의 시기와 폭도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번째 빅스텝 여부는 물가상승률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물가 정점 시기에 따라 향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속도도 정해질 전망이다.
◆ 물가 정점 시기에 통화정책 방향 달려
한은은 당분간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진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3분기 말 또는 4분기를 물가 정점 시기로 봤다. 이를 종합하면 오는 7월과 8월에도 높은 물가상승률이 예상된다. 민간 전문가는 물가 정점 시기를 6~8월로 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물가상승률 정점은 6~8월 중일 가능성이 높으나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가세할 경우 정점 형성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며 "늦어도 하반기 중 정점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7.13 photo@newspim.com |
문제는 매달 나오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물가상승 속도도 빨라지는 추세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를 기록한 후 지난 5월 5.4%를 찍었다. 3%대에서 5%대에 도달하기까지 7개월 걸렸다. 하지만 지난달 6%을 기록하며 한 달만에 6%대에 진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상승 압력은 커지는 상황이다. 한은은 향후 물가상승 요인으로 유가와 곡물, 천연가스 등 원자재가격의 높은 오름세 지속, 공급망 차질 심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소비 회복세 강화, 미 달러 강세 지속 등을 꼽고 있다.
더욱이 미국에서 들려오는 인플레이션 소식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은 현지시각으로 13일 6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한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6월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한 지난 5월 상승률 8.6%를 웃돌 수 있다고 전망했다.
◆ "0.25%p씩 1~2회 인상" 예상…물가 급등 거세면 두번째 빅스텝
시장에서는 일단 두번째 빅스텝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대신 한은이 0.25%포인트씩 두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연내 남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는 8·10·11월 등 총 3회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물가 레벨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으나 정점 수준이 오는 9~10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는 8월과 10월에 한은이 25bp씩 추가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빅스텝은 기대심리 통제 차원의 예외적인 조치였다"며 "한은이 생각하는 중립금리는 2.5~2.75%로 추정되고 현재 2.25%이므로 향후 25bp씩 1~2차례 더 인상하면 중립에 도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두번째 빅스텝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급등할 때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빅스텝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억제를 위한 예외적인 조치"라면서도 "물가상승률이 거셀 경우 통상적인 방법 이외 방법(빅스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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