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충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자금줄이 마른 부동산 기업들의 아파트 공사 중단이 잇따르자 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거부하는 분양자들이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은행 등 금융권까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바이두(百度)] |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현재 허난(河南), 후난(湖南), 장시(江西) 광시(廣西) 등 15개 성 50여 개 아파트 건설 공사가 중단된 가운데 입주를 기다리던 분양자들은 최근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해진 기한 내에 공사를 재개할 수 없다면 대출금 상환을 중단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공사가 중단된 프로젝트들 중에는 헝다(恒大)그룹 산하 프로젝트가 가장 많고 신리(新力), 스마오(世貿) 등의 프로젝트도 있다.
아파트 건설 중단 문제는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부동산 시장 조사 업체 커얼루이(克而瑞)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중국 24개 중점 도시에서 인도가 지연된 문제성 프로젝트의 총 건설면적은 2468만㎡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국 신규주택 판매 면적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특히 정저우(鄭州)·창사(長沙)·충칭(重慶)·우한(武漢) 등의 건설 중단 면적만 200만㎡, 2만 여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공사가 중단된 이유는 업체들의 '돈줄'이 말라서다. 헝다그룹은 지난해 일찌감치 디폴트를 선언했고 신리와 스마오 등도 자금난을 겪고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금융권으로부터의 자금 조달까지 막히니 자금난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일례로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 업체의 월별 신규주택판매금액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월별 감소율은 1월 39.7%, 2월 47.2%, 3월 58.0%, 4월 58.6%, 5월 59.4%, 6월 43%다.
중국 당국이 부동산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2020년부터 규제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냉각된 가운데 코로나19가 확산하고 경기 하강 압력이 커지자 부동산 구매 수요가 더욱 얼어붙었다. 특히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인 헝다가 무너지는 것을 본 실수요자들 사이에 '자칫 돈을 떼일 수 있겠다'는 걱정이 번졌다.
급기야 분양자들의 대출상환 중단이 금융리스크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14일 중국 증시 은행주 주가가 일제히 하락한 것 역시 이같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톈펑(天風)증권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전국의 미완공 아파트 규모가 전체 신규 아파트의 10% 수준이라고 가정할 때 상환이 중단될 수 있는 대출액은 최대 7300억 위안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1.9%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씨티그룹 자료로는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로 촉발될 수 있는 금융권 부실대출 규모는 최대 5610억 위안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1.4% 수준이다.
은행들은 앞다퉈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문제성 아파트 대상 대출 규모가 크지 않다며 리스크를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중국 4대 국유 상업은행 중 하나인 눙예(農業)은행은 14일 오후 낸 성명에서 6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조 3400억 위안이며 이 중 인도가 지연된 문제성 아파트 대상 대출액은 6억 6000만 위안으로 전체 대비 비중이 0.012%에 불과해 관련 리스크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오퉁(交通)은행 역시 인도 지연 아파트 관련 대출액은 1억 위안 수준으로 전체 대비 비중은 0.0067%에 그친다며 위험이 통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젠서(建設)은행, 민성(民生)은행, 싱예은행도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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