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성실 상환 채무자 원금 감면 혜택 검토
'도덕적 해이' 문제에 은행들 다양한 대응책 고심
금융위 "도덕적해이 없게 지원대상 등 엄격 제한"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정부와 여당이 금리 인상기 취약 차주에 대한 '빚 탕감'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은행은 성실 상환 다중채무자를 대상으로 원금 감면 혜택을 검토중이지만, 은행들은 아직까지 대응책 마련에 여러가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아울러 빚 탕감에 대한 '도덕적 해이', 형평성 문제가 연결돼 있어 당장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상대로 '새출발기금' 대상에서 빠지는 취약 차주의 대출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하는 채무 조정을 유도하기로 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 관련해 제기된 이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
앞서 정부는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어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부실(우려) 채권을 30조원 매입해 최대 90%까지 원금을 탕감해주는 배드뱅크 새출발기금을 발표했다. 이어 '새출발기금' 대상에서 빠진 대출자들에 대한 지원책까지 유도하면서 사실상 모든 금융 취약층을 대상으로 빚을 탕감해주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차주 중 정부 대책에 들어가지 않는 부분은 금융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정부 대책에 포함되지 않는 애매한 분야가 있을 수 있다"며 "그것은 금융회사가 답을 줘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은행들은 금융 취약층 지원을 위한 대책을 준비 중이다. 우선 우리은행은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다중채무자를 대상으로 원금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연 7%가 넘는 금리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가 성실히 빚을 갚는다면 1년 후 7%를 초과해 낸 이자만큼 다음 해 원금에서 깎아준다는 식이다. 다만 성실 상환 다중채무자의 원금 감면 혜택은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실무 차원에서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여러가지 대응책을 놓고 검토에 들어갔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결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을 포함해 전 은행권이 취약층 지원방안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정해지거나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출상환 유예를 하고 납부 기간을 늘려주는 것에 이견은 없지만 갚아야하는 돈을 탕감(원금 감면)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라며 "현재 법적인 부분, 제도적인 부분, 은행 내규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정부의 빚 탕감 대책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새출발기금을 통해 연체 90일 이상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실차주에게 원금의 60~90%, 청년 특례 채무 조정을 통해 저신용 청년층에 이자의 30~50%를 감면해주면 성실 상환 차주들만 역차별당한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대출자로 특정을 하고 그 안에서도 분류를 했는데 차별이 있게되면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차주와 또는 대출을 받지 않은 코로나 피해자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어떤 방식이라 하더라도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빚 탕감에 따른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이날 김주현 위원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금융위는 청년층 신속채무조정에 대해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지원대상과 지원내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며 "원금탕감 조치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원되지 않으며,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일부 낮춰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성실상환자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선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모든 청년이 아니라, 신용평점 하위 20%인 정상적 금융거래에 어려움이 있는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하고, 대출을 성실히 상환해 정상금융거래 중인 청년 등을 포함한 일반 국민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책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