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정책연구원 '소권 남용' 주제로 보고서 발간
법관·공무원·국가기관 상대 소송 반복적으로 제기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최근 국가기관이나 공무원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남용하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부당 소송 사건을 병합하거나 부당 소송인의 전자소송 사용자 등록을 말소하는 방안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은 '소권 남용 대응 방안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현안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법관이나 법원공무원, 국가기관 등을 상대로 수천 건 내지 수만 건의 소송을 반복적으로 제기해 상대방에게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가하고 법원의 정상적인 재판 업무 수행을 저해하는 이른바 '부당 소송'이 빈발하고 있다.
통계를 살펴보면 한 사람이 반복적인 소송을 낸 사례가 항소와 상고 제기를 포함해 2020년 2만36건, 2019년 2만778건으로 파악됐다. 2020년 1월 1일부터 5월 25일까지 5개월간 전국 각급 법원에 3462건의 소송을 제기한 소송인도 있다.
일부 부당 소송인들은 소장 등에 욕설이나 담당 공무원을 음해하는 내용을 기재한다. 또 소송비를 내지 않고 소송 구조 등을 반복적으로 신청해 재판이 장기화되는 실정이다.
부당 소송은 한정된 사법 자원의 효율적인 운용을 저해해 국민의 권리 보호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라 부당 소송에 대해 소장 각하 명령과 소송비용 담보 제공 명령, 전자소송 사용자 등록의 정지·말소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소송서류 송달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조차 납부하지 않은 채 제기하는 부당 소송 자체는 막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해외 각국에서는 부당 소송에 대응하고자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 호주 등은 소권을 남용하는 당사자가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부당 소송인으로 규정해 법원이 소송 금지 명령을 내리도록 한다.
독일은 소송비를 예납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서류 송달 등 소송 절차를 일절 진행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는 소권 남용 행위에 대해 법원이 과태료를 부과하고, 상대방이 소권 남용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국내 현행법상 가능한 부당 소송 대응 방안으로 전담 재판부에 부당 소송 사건을 병합하고, 보정 명령 없이 무변론 소각하 내지 항소 각하 판결로 부당 소송건을 신속히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대법원 규칙 또는 예규에 부당소송인의 전자소송 사용자 등록을 말소하거나, 비용 미납 등을 이유로 사건 접수를 보류하는 근거 규정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민사소송 등 인지법'에 소장 접수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지액을 설정하는 방안과 '민사소송법'을 개정해 반복적인 소송 구조 신청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내놨다.
소권 남용을 이유로 소송 서류를 공시 송달하거나 소장 각하 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소권 남용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입법적 해결 방안도 보고서에 담겼다.
사법정책연구원은 "궁극적으로는 영미의 부당 소송인 규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면서도 "헌법상의 재판 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세심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보고서는 현직 법관인 정승연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집필했다"며 "제안된 내용들은 전적으로 연구책임자의 개인적 견해"라고 설명했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