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중간요금제 데이터 기준 24GB 설정
과기부·이통사·소비자 모두 "만족 못해"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정부도 이통사도 불편한 기색이다. 국정과제로 5G 중간요금제를 신속히 추진하려다보니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소비자가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부랴부랴 만들어낸 요금제 탓이다.
◆ 5G 중간요금제 데이터 기준은 24GB…KT·LGU+ 비슷한 수준 예고
SK텔레콤이 신고한 월 5만9000원·24GB로 5G 중간요금제의 기준이 결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SK텔레콤(SKT)이 지난 11일 신고한 5G 이용약관에 대해 관련 법령에 따라 이용자 이익 및 공정경쟁 저해 여부를 검토하고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을 거쳐 신고를 수리했다.
이번에 SKT가 5종의 신규 요금제를 신고했지만 이 가운데 실질적인 중간요금제는 월 5만9000원·데이터 24GB로 국한된다.
통신3사 로고 이미지 [사진=뉴스핌 DB] |
SKT는 상위 1% 헤비유저를 제외한 하위 99% 5G 이용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기준으로 중량 구간의 데이터 제공량을 24GB로 설정했다.
현재 이통3사가 서비스 중인 5G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 제공 약10GB 이하 또는 100GB 이상으로 나뉜다. 기본요금제인 10~12GB는 5만5000원이며 주력요금제인 100GB는 6만9000원이다.
요금도 문제지만 관심을 받는 부분은 제공되는 기본 데이터 용량이다.
헤비유저를 제외한 나머지 이용자의 평균치를 봤을 때 중간이라는 게 SKT의 생각인 셈이다.
이에 대해 과기부 역시 일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홍진배 과기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5G는 저량 데이터를 쓰는 분이 적고 중량에 모여있다"며 "이 때문에 24GB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SKT의 5G 요금제 신설에 따라 KT와 LGU+도 차이가 크지 않은 수준에서 5G 중간요금제를 경쟁력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 과기부·이통사·소비자 "모두 만족스럽지 않다"
이번 과기부의 5G 중간요금제 신고 수리에 대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라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
과기부의 경우, 대통령실이 이끌어가는 국정과제에 발맞춰 우선 국민의 불만을 어느 정도 해소하기 위해 속도전에 나섰다.
이종호 과기부장관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5G 요금제 대안을 논의한 바 있다. 과기부가 이통사에 대해 요금제 출시를 제도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사실상 5G 중간요금제 출시를 재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뉴스핌] 김민지 기자 =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과기부-통신사 CEO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이 장관, 구현모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2022.07.11 kimkim@newspim.com |
과기부 한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반려할 수 있는 명문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수리를 하지 않게 되면 결국 5G 중간요금제 신규 출시는 사실상 어려워지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그만큼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우선 5G 중간요금제 신규 출시를 시작하고 후일을 도모한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 홍진배 네트워크정책실장 역시 "향후에도 5G 요금제가 더욱 세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통사 역시 불만이다. 정부의 독촉에 부랴부랴 SKT는 5G 중간요금제를 신고하고 KT와 LGU+는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해 등떠밀려 요금제를 내놔야 한다는 데 불만이다.
최근에는 5G 주파수 추가 할당과 관련해 특정 이통사를 겨냥한 것이라며 과기부에 대한 불만도 토로한 바 있다. 아직 LTE 이용자가 더 많은 규모를 차지하는 만큼 기존 5G 요금제에서 추가로 요금제를 신설한다는 것 자체도 일부분 수익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 상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소비자 역시 이번 요금제를 반기는 것도 아니다.
1% 헤비유저를 제외한 99%의 일반 사용자간의 데이터 평균치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더구나 이번 중간요금제 신설에 따라 실제 효과를 볼 수 있는 예상 소비자 규모는 영업기밀로 가려진 상태다.
한 소비자는 "제대로 된 기지국 설치나 인프라 설비가 안된 상태에서 5G 서비스를 제시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는데도 좀더 소비자 편익에 맞추지 못하겠다면서 구간별 요금제를 꺼내지 않은 이통사가 할 말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추가 투자를 한다면서도 입맛에 맞는 제도만 내놓았고 이통3사가 어찌보면 국민을 상대로 담합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여기에 비대면 요금제 기준으로 8GB 요금제와 200GB 요금제의 1GB 단가가 4220원과 260원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저가요금제 이용자에게 더 높은 데이터 단가를 부과하는 것은 달라진 게 없다"며 "실제 어려운 경기 사정 속에서 물가 안정 차원의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