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 뉴스핌] 김범주 기자 = 76년여만에 취학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에 대한 논의가 첫 발을 떼기도 전부터 위기에 처했다. 보기 드물게 교육시민단체, 교원단체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왜일까. 학제개편의 표면적 이유는 공교육 강화이지만, 학령인구 감소 추세로 맞닥뜨리게 될 '노동인력 공백'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김범주 사회문화부 기자 |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한 근본적 물음과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취학 연령을 낮춰 미래인력을 앞당겨 쓰겠다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경제적 논리에 종속시키려 한다는 '반교육적' 대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부 의사결정구조의 고질적 난맥상이 또다시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2015년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가 당정협의에서 초·중등생의 입학을 앞당기는 학제개편을 검토했는데, 당시 교육부는 '신중론'을 폈다. 교육과정, 학생들의 발달단계, 재정 추계, 사회 환경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고 답한 교육부였지만 약 8년 만에 교육부의 입장도 바뀐 셈이다.
학제개편 추진에 앞서 의견 조율이 있었는지도 여전히 모호하다. 학제개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시도교육청과의 사전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교사단체, 유치원, 학부모단체 등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만 5세 이하 교육·보육 통합 논의 없이는 학제개편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향후 보건복지부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무리하게 추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관련 자질논란을 덮기 위해 더 큰 이슈인 학제개편 카드를 들고나온 것 아니냐는 정치권 주장도 있다.
논란이 커지자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박 부총리는 대국민 설문조사 등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것이며, 취학연령을 낮추는 조치는 국가책임하에 아이들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였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는 학부모들의 선호도가 낮으면 기존 3개월씩 순차적으로 4년을 앞당겨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방안에서 1개월씩 12년으로 나눠 진행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며 한 발 뺀 모습도 보였다.
돌이켜보면 형태만 달리했을 뿐 새교육정책에 따른 학교 현장의 혼란은 반복돼 왔다. 책상 앞에서 나온 설익은 정책을 학교 현장에 제시하고, '알아서 맞추라'는 식으로 운영한 것은 아닌지 교육부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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