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지지율 42.6%, 부정평가 53%…우려 ↑
우상호 "도어스태핑 횟수 줄여야" 제안도
문제는 대통령의 언어, 품격 있는 포용의 언어 필요
[서울=뉴스핌] 채송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출근길 기자 문답 일명 도어스테핑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입을 통해 국정 전반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으로 평가되지만 최근에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지율은 어느새 40%대 초반을, 부정평가는 50%를 넘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종합뉴스통신 뉴스핌 의뢰로 지난 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8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조사 대비 2.7%p 하락한 42.6%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53%로 3.2%p 상승했다. 지난달 초 3회차 조사 당시 40.2%에서 30여일 만에 10%p 이상 급증했다. 긍·부정 간 격차 역시 10.4%p로 오차범위 밖까지 벌어졌다.
채송무 정치부 차장 |
이번 여론조사는 성별·연령대별·지역별 인구 구성비에 따른 비례할당으로 추출된 표본을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무선가상번호(100%) 자동응답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3.5%,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1%p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http://www.nesdc.go.kr) 여론조사결과 등록현황을 참고하면 된다.
원인은 물론 검찰 편중 인사와 이후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낙마로 이어진 인사 검증의 문제가 지적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발언도 일익을 담당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일 출근길에 기자의 인사 관련 질문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세요.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거를"이라고 답해 논란이 됐다.
만취 운전과 제자 갑질 논란이 제기된 박순애 교육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는 "언론에, 또 야당에 공격받느라고 고생 많이 했습니다. 소신껏 잘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인사에 대한 지적에 연일 전 정부 탓을 하는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정부 혼선 논란도 있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전날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해 하루도 지나치 않아 대통령이 직접 "아직 정부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이에 도어스테핑을 축소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그게 하나의 새로운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장점도 있는 반면에 갑작스러운 기자들의 질문에 조금 숨을 멈추고 생각하면서 답변하면 좋을 것 같은데 지금 윤 대통령 성격상 바로 즉답을 하다 보니까 이게 별로 좋지 않은 경우"라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CBS 라디오에서 "즉석 발언이 많으니까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에서 여러 가지 구설수들이 나오기 때문"이라며 "자신감이 있는 것은 좋은데 언론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모습을 유지하면서도 저런 구설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매일 하는 것보다 일정하게 날짜를 준비해서 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역대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청와대 구중궁궐에 갇혀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다. 박근혜 정부와 뒤를 이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소통을 강조했지만, 막상 정권을 잡은 이후에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선택한 도어스테핑은 신선한 충격을 줬다.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상시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는 이 제도는 미국에서 봤던 대통령이 기자들을 상대로 불편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때로는 언쟁을 벌이는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기대도 하게 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무슨 문제가 있을까. 답은 대통령의 언어와 맞닿아 있다. 지금까지도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링컨 대통령은 남북 전쟁 와중인 1863년 11월 19일.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즈버그 국립묘지 앞 그 유명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상에서 멸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연설을 했다.
겨우 2분여의 짧은 분량으로 민주정부의 이념과 이를 수호해야 하는 국민의 의무를 압축한 이 연설은 이후에도 세계 곳곳에서 인용되는 명연설로 남았다. 더욱이 링컨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당시 남북으로 나뉘어 싸우던 미국을 하나로 뭉치는 통합의 언어를 사용해 더 감동을 줬다.
윤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부족하지만, 직접적인 언어와 국민 소통으로 국민에게 기대를 줬고 그 힘으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 장점에 더해 보다 품격 있고, 포용 지향적인 대통령의 언어를 추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종 현안에 대한 부단한 훈련이 필요하다.
도어 스테핑은 횟수를 줄이거나 없애야 할 잘못된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발전시켜야 할 소통의 제도다. 대통령이 부하직원이나 야당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면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더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dedanh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