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모간스탠리·BofA·루비니 등 '신중' 강조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미국 증시가 올여름 강력한 상승 흐름을 연출 중이나 월가 투자은행(IB) 상당수는 추가 상승 가능성에 회의적인 모습이다.
뉴욕증시는 지난 6월 저점을 찍고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15일(현지시각) 종가 기준으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6월 저점 대비 23%가 올랐고, S&P500지수와 다우지수도 각각 17%, 13% 넘게 상승한 상태다.
투자자들은 올해 시장을 뒤흔든 인플레이션이 한풀 꺾였다는 기대감과 침체 우려로 인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속도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더뎌질 수 있다는 희망에 지수를 계속해서 밀어 올리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시장 악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뒤늦은 랠리 동참이 현명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인플레·실적 등 "먹구름 안 걷혔다"
투자은행 중에서는 최근 블랙록과 모간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증시 랠리에 대한 경계를 주문했다.
블랙록은 15일 공개한 투자 노트에서 미국 기업 실적은 악화될 전망이며,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수준까지 연준의 금리 인상이 진행되면 결국 성장이 멈출 것이라면서 이번 서머랠리는 지속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블랙록 전략가들은 "이번 증시 반등은 좇을 가치가 없다고 본다"라면서 "연준은 '인플레 정치학'에 계속해서 취약할 수밖에 없고 최근 나온 물가 지표는 시장이 기다리던 연준 피봇(기조 전환)을 초래할 만큼 충분한 호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코로나 팬데믹 도중 상품에 집중됐던 소비자 지출이 서비스 부문으로 옮겨가는 점도 증시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면서, 상품 매출에 영향을 많이 받는 기업들의 실적이 올해 S&P500 이익의 62%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고 있는 서비스 부문의 경우 해당 비중이 38%에 불과해 지출이 늘어도 증시 상승에는 큰 기여를 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블랙록은 "기업 실적이 실망스러울 수 있다는 점이 우리가 증시 비중을 축소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S&P500 실적 성장은 사실상 멈췄고, 에너지나 금융 업종을 제외하면 지난 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4%가 줄어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비관론 진영의 대표 주자인 마이크 윌슨 모간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도 9월 3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되기에 앞서 실적 하향이 잇따를 것이라면서 약세장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윌슨은 2분기 실적이 우려보다는 양호했고,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량이나 연준 긴축 둔화 기대감이 이번 랠리의 배경이라면서, 지속 가능성에는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같은 날 BofA는 연준의 양적긴축(QT)을 잠재적 시장 악재로 지목했다.
BofA는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준의 채권 매입과 S&P500 수익률의 상관 관계를 살펴본 뒤 2023년까지 QT로 인해 미 증시가 현 수준 대비 7%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시 랠리에 대한 경계론은 학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인 2%로 진짜 낮추려면 금리가 4.5~5%는 돼야 할 것"이라면서 금리가 그 수준까지 오르지 않으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흔들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겠다고 금리를 그 수준으로 올린다면 미국 경제가 경착륙 할 것이라면서 "경착륙이 아니면 통제불능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