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조율 시일 걸릴 듯
가맹점주 소상공인 울리는 치킨값 경쟁 우려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대형마트와 소상공인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에 이어 치킨값 경쟁 속에서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의 "단시일 해결 쉽지 않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와 관련, 지난달 대통령실의 국민제안 투표를 시작으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후 국민제한 웹 페이지의 기술적인 한계로 국무총리실이 규제심판회의를 통해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큰 틀에서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산업부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에 대한 대형마트의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대한 시장 조사를 토대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08.16 yooksa@newspim.com |
이영 중기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도 폐지가 아닌, 의견 수렴 방식에 대해 반대해왔다"며 "죽고 사는 문제를 두고 인기투표 방식으로 살펴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산업 분석과 영향 평가를 통해 현장의 내용을 상세히 파악해야 한다는 게 이영 장관의 생각이다.
소상공인 단체와 전통시장 관계자들 역시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나 법 개정 등에 반대하고 있다. 소상공인 단체 한 관계자는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는 내부의 목소리도 있지만 실제 의무휴업이 어떤 영향이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영향 평가 등을 통해 충분히 현장의 상황을 파악한 뒤에 보완책을 찾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단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당초 대통령실에서 국민제안 방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제도 전환을 살펴봤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총리실로 넘긴 것 아니냐"며 "영향 평가 등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조사나 소상공인들에 대한 의견 수렴 등을 충분히 거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근 대통령실이나 정부, 여당을 보면 대형마트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정책 마련에 고민하는 듯한 분위기"라며 "규제 완화를 한다지만 실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놓고 논의를 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8.10 hwang@newspim.com |
◆ 대형마트 치킨값 할인 속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만 '울상'
이같은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의 갈등은 최근 치킨 경쟁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홈플러스는 1마리 당 6990원의 '당당치킨'을 선보이며 치킨 가격 인하 경쟁을 시작했다. 이어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각각 '5분치킨(1마리 당 9980원)', '한통치킨(1만5800원)' 등을 선보였다.
최근 무더위 속에서 이들 대형마트 치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홈플러스 한 관계자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서 "6990원에 팔아도 남는다"라고 하면서 소상공인들을 격분하게 했다.
한 소상공인은 "프랜차이즈 본사는 수익을 남기지만 가맹점주는 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은 구조인데, 대형마트의 이런 치킨 할인에 새우등 터지는 것은 소상공인일 수밖에 없다"며 "가맹점주가 가격을 마음대로 낮출 수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 주문이 줄면 당장 소상공인만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치킨값이 오른 데는 닭고기 생산·판매업체들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림 등 육계 신선육을 제조·판매하는 16개 업체가 12년간 45차례 담합행위를 했다며 175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시장이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도록 규제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불합리한 담합이나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하고 경제안정과 경제주체의 기회 창출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