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보험사는 달러화 영구채 발행
해외채권 투자기관 다양하고 수요↑
흥국화재, 6.44%에 국내 조달로 이자부담
중소 보험사, 해외 문턱 높고 고금리 감수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보험사들이 내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에 나선 가운데 해외채권 발행길이 막힌 중소형 보험사들은 고금리 채권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는 지난달 22일 사모형태로 7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영구채)를 발행했다. 일주학술문화재단과 세화예술문화재단이 각각 100억원, 600억원씩 인수하는 구조다. 흥국화재는 지난 5월 말 공모형태로 3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한 바 있다.
흥국화재 CI [CI=흥국화재] |
DGB생명은 지난 3월 신종자본증권 950억원을 발행했고, 4월에 300억원, 6월에 152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7월 11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농협생명은 오는 28일 최대 2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다. 농협생명은 지난 3월 22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데 이어 6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4월에도 37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23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대형 보험사들은 해외채권 시장을 노리고 있다. 한화생명은 다음달 중 7억50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의 달러화 표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한화생명의 자본확충은 올 들어 세 번째인데, 그 중 외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1월에 이어 두 번째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지급여력비율(RBC)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며 조달 자금은 재무 건전성 관리 용도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신종자본증권을 계기로 한화생명의 RBC는 약 13%포인트(p)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교보생명도 지난 6월 5억달러(약 690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한화생명 63빌딩 [사진=한화생명] |
보험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내년에 도입되는 IFRS17와 K-ICS 때문이다. IFRS17은 보험부채의 평가 기준을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고, K-ICS도 회계처리 원칙과 일관성 유지를 위해 RBC 제도를 원가 기반에서 시가 기반으로 변경한다. IFRS17은 기존 회계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보유계약의 미래 수익성을 반영하는 만큼 보험사별 손익구조의 차이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보험계약 규모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보유계약 및 신계약의 수익성이 열위한 중소형사의 보험이익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대형 보험사들은 풍부한 자본을 바탕으로 투자 기관이 더 다양하고 수요가 높은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지만, 발행 문턱이 높은 탓에 중소형 보험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그마저도 기관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에 이자비용을 낮출 수 없어 고금리 채권을 발행해 이자부담이 커지고 있다.
흥국화재가 지난달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6.44%로 고금리다. 지난 5월 말(6.50%)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해 발행한 영구채의 연간 이자비용만 77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흥국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의 하이브리드 증권 비중이 자기자본보다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채영서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사채는 유용한 자본비율 방어책이지만, 자본 대비 과도한 자본성증권 발행은 이자부담을 확대해 이익창출력과 지급여력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따라서 하이브리드 비중이 자기자본보다 높아지는 경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chesed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