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 車할인율 축소'안에 勞 반발
"대안없이 정년보장 줄이자는 것"
업계선 "현실성 떨어지는 복지" 지적도
[서울=뉴스핌] 조재완 기자 = 퇴직자 복지제도를 둘러싼 기아 노사 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평생 찻값 30% 할인' 문제가 최대 쟁점인데, 노측 내부서도 불만이 적지 않아 자칫 '노노갈등'으로 비화할 기류도 감지된다.
업계선 경제 불확실성·인구 고령화 등 복합적 요인을 고려하면 노측이 한 발 물러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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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이르면 내주 단체협약(단협) 재협상에 들어간다. 노사가 도출한 단협 잠정합의안이 지난 2일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됨에 따라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된 것이다.
재협상에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앞서 부결된 단협 잠정합의안에는 경조금 인상과 경조휴가 일수 조정, 건강진단범위 및 건강검사 종류 확대, 전기차 구매 시 직원 할인 등 안이 담겼지만, 퇴직자 신차 구입 할인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컸다.
현재 기아는 25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 대해 이른바 '평생사원증'을 지급하고 있다. 대상 직원은 평생 격년을 주기로 차량 구매시 30% 할인 혜택을 받는다. 사측은 올해 임단협 협상에서 평생사원증 지급 대상을 축소하는 안을 제시했다. 찻값 할인율은 유지하되 혜택 주기를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만 75세까지 연령 제한을 두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노측도 이 같은 안을 받아들여 잠정합의안이 도출됐지만, 노측 내부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해 임단협 협상에서도 같은 안을 제시했지만, 당시 노조 집행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무산됐다. 그런데 올해 노조 집행부가 지난해 한 차례 반려된 사측 안을 받아들이자, 노측 내부서 이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 집행부에 자진사퇴를 촉구하거나 재신임 투표에 부치자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현재 법적 정년이 만 60세인데, 기아 정년은 이에 못 미치는 만 58세인데, 임금피크제 등도 시행 중이다. 직원들은 현행 평생사원제를 일종의 정년보장제로 여기는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규모 복지규모를 일방적으로 줄인다고 하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세대 간 입장 차도 생긴 것으로 보인다. 퇴직을 앞둔 장년층은 '평생사원제' 혜택을 줄이는 데 대한 반발이 큰 반면, 비교적 근속기간이 짧은 신입사원들은 관련 논의에 별반 관심없다는 분위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입직원들은 임금협약에 관심이 많고, 장년층은 정년보장 성격의 단체협약에 집중하는 편"이라며 "'임금을 인상했으니 평생사원제는 노측이 양보하라'는 식의 외부 지적이 통하지 않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노조 조합원이라는 입사 1년차 한 신입직원도 기자의 관련 질문에 "젊은 사원들은 이번 논의에 그다지 관심 없어 보인다"며 "찻값 평생할인제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고 들었다"며 말을 아꼈다.
업계선 기아의 평생사원제 제도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급격한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회사 입장에선 퇴직자 복지비용이 상당히 부담스럽지 않겠냐"며 "차량 1대당 평균 마진이 5% 안팎인데, 은퇴한 이들에게 평생 30% 수준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게 현실적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양분된 노사·노노 입장이 평행선을 걷는 가운데 현실적인 중재안으로는 '현대차 사례'가 거론된다. 현대차의 경우, 퇴직자에 대해 나이 제한없이 격년에 한번 25% 찻값 할인 혜택을 지원한다. 기아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되 할인율만 25%로 낮추는 안이다.
노측 관계자는 "현대차 사례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지 않겠냐"며 "현대차에 준하는 수정안을 사측이 다시 제시한다면 노조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봤다.
chojw@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