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인사청문회 이후 보고서 채택 미뤄져
민주당 800원 기사 해고 판결 등 문제 삼아
대법관 공백 길어져 '재판 지연' 불가피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야당이 검찰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기소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반발하는 가운데 그 여파가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 임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회의 임명 동의가 늦어지면서 대법관 공백으로 인한 재판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 후보자의 과거 '800원 버스기사' 판결이 임명 반대 이유로 꼽히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대표 기소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임명을 미루는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8.29 photo@newspim.com |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지 보름이 지났지만 경과 보고서 채택과 국회 임명 동의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법관은 국회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민주당은 오 후보자가 과거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를 해고한 회사 측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반면 85만원 상당의 향응을 수수한 검사에게는 면직 취소 처분 판결을 내려 사회적 약자에게 비정한 판결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사건의 조사 과정에서 당해 근로자가 회사에 대한 태도라든가 처신이, 양측의 신뢰 관계가 파탄된 정도 아닌가 그렇게 종합적으로 판단을 했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 사건에서는 800원뿐 아니고 수익금을 5600원인가 착복한 분이 또 같이 계셨다"며 "그래서 800원 횡령과 5600원 횡령을 단지 금액으로 구분해서 해고 여부를 따지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오 후보자와 윤석열 대통령의 친분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오 후보자가 과거 윤 대통령과 따로 만나 술을 마실 정도로 친했으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는 등 각별한 사이라고 주장했다. 법관의 중립성에 논란이 될 만한 사안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오 후보자 임명이 미뤄지면서 전임 김재형 대법관이 맡았던 사건들의 심리가 늦어져 재판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현재 대법관 1명의 공석으로 기존 법관 11명이 한 달 기준 25건의 사건을 더 배당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원합의체 선고 또한 당초 오는 22일로 예정됐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법원 관계자는 "김재형 전 대법관이 속했던 3부에 사건을 추가로 배당은 못 하고 다른 대법관들이 심리만 하고 있다"며 "공백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재판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오 후보자의 임명이 지연되는 이유는 최근 검찰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와 기소를 둘러싼 여야의 정쟁 탓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지난 15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사청문회를 정치 볼모로 삼지 맙시다"라는 글을 올리고 오 대법관 임명을 미루는 국회를 비판했다.
그는 "후보자에 대해 찬반의견을 낼 수 있는 각 당과 참여 위원들은 찬반의견 자체를 내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논의 자체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전원합의체로 운영되는 대법원은 지난 9월 1일부터 공백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인사청문회는 헌법과 법률이 국회에 부여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의무를 저버리고 특검에만 몰두하며 정쟁을 일삼는 국회가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
법조계 또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의 과거 판결 및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유로 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과 임명동의안의 표결이 지체됨으로 인해 대법원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앞서 여야의 갈등으로 대법관 인준 절차가 지연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김상환 대법관은 여야의 갈등으로 전임 김소영 대법관 퇴임 이후 2개월여 만에 임명장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5년에는 박상옥 전 대법관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00일 만에 통과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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