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은행, 이자 장사 맞습니다. 그런데 은행이 왜 이자로 돈을 많이 버냐고 할 게 아니라 이자 수익을 사회에 환원시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과도한 은행 이자 장사 논란이 또 도마에 오르자 시중은행 관계자가 힘들게 꺼낸 말이다. 은행 이자 장사를 막겠다고 나섰다가 자칫 국내 은행 경쟁력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말이었다.
금리 인상기에 예금 금리는 천천히 올리면서 대출 이자율은 빠르게 인상해 은행이 배를 두둑히 채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상반기 국내 4대 금융지주사가 역대급 최대 실적을 기록한 후 이자 장사 논란은 가열됐다.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은행 영업활동에 제동을 걸 장치를 마련하려는 움직이다. 야당은 대출·가산금리 산정 방식과 원가를 공개하도록 하는 은행법 일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이 관련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관련 법 개정안이 앞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2022.10.11 ace@newspim.com |
은행은 대출 기준금리(코픽스 등)에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 이자율을 정한다. 가산금리를 결정할 때는 조달금리와 대출 기준금리 간 차이 등 리스크프리미엄과 고객 신용 등급에 따라 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는 신용프리미엄 등은 물론이고 인건비와 전산처리 등을 반영한 업무 원가도 포함시킨다.
특히 은행 경영상 자체적으로 설정한 목표이익률도 가산금리에 반영한다. 가산금리 산정 방식과 원가에 은행 영업기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외 각 나라에서는 은행 영업 비밀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대출금리 결정 방식 등에 직접적인 규제를 안 한다. 이와 달리 국내에서는 소비자 보호 명목으로 은행에 가산금리 원가를 공개하려는 모양새다.
과한 은행 이자 장사를 막고 대출 이용자를 보호할 장치는 당연히 필요하다. 정보 비대칭에 따른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갑질하는 은행이나 생활금이 다 떨어져 한 푼이 아쉬운 처지를 이용해 이자 장사하려는 은행으로부터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중산층과 서민을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산업과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은행 팔목을 비트는 식으로 규제하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당장 가산금리 원가 공개는 은행 입장에서 보면 금융 규제에 해당한다. 규제가 많아질수록 자유로운 은행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가산금리 원가 공개는 소비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은행이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자를 꺼리며 신용프리미엄을 낮추는 식으로 가산금리 원가를 낮출 수 있어서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국회 기획재정위원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저신용자 대상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은행 이자 장사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2018년에도 같은 논란이 있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9개 시중은행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 체계 적정성을 점검했고 주먹구구식 대출금리 책정 관행에 철퇴를 내렸다. 금융당국은 금리산정 모범 규정을 개정하는 등 금리 산정 운영 투명성 강화에 공을 들였다.
그로부터 약 4년이 지났으나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극약 처방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접근 방향을 달리해야 한다. 가산금리 원가 공개와 같은 은행 규제가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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