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지지 여론 위해 세월호 유가족 첩보 수집
"軍 정치적 중립 저버리고 정치관여…엄한 처벌 필요"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간부들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장용범 마성영 부장판사)는 2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대열·지영관 전 기무사 참모장에게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세월호 참사 8주기를 하루 앞둔 4월 15일 서울 중구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2.04.15 yooksa@newspim.com |
재판부는 이들이 상관이자 지난 2018년 12월 같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과 공모해 세월호 유가족들을 사찰하는 등 범죄에 본질적으로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며 "피고인들은 누구보다 군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수호할 헌법적 책무가 있음에도 상관의 명령이라는 이유로 이를 저버리고 정치관여 목적으로 직권남용 행위에 가담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부하들로 하여금 국민을 대상으로 한 위법행위를 저지르게 해 군 전체의 명예와 국민 신뢰를 훼손시켰다"며 "당시 집권 세력에 도움을 주고 정치에 관여하기 위해 세월호 유가족들을 직접 사찰해 이들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고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여론을 호도하는 등 책임이 무겁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적 이해관계에 편승한 소수 지휘부에 의해 군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협당하거나 국정이 장악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국가와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각 직권남용 행위에 가담한 피고인들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크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이들은 세월호 참사 당일인 지난 2014년 4월 16일부터 같은 해 7월 17일까지 이 전 사령관 등과 공모해 기무사 대원들로 하여금 세월호 유가족의 동정과 성향 등을 불법 사찰하게 한 혐의로 2018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등을 앞두고 세월호 참사 초기 대응 실패로 확산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전환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세월호 유가족 등에 대한 첩보를 수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유가족들의 정치 성향을 '강성'과 '온건'으로 분류하고 경제 형편, 말 못할 고충, 관심사항 등 사생활까지 사찰해 분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김 전 참모장은 경찰청 정보국으로부터 수집한 정부 비판 단체 집회 정보를 예비역 장성 단체 등에 전달해 소위 '맞불집회'를 개최하는데 활용하도록 한 혐의, 지 전 참모장은 3000만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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