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1990년대 학창시절 서울 한강의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서울 서초동 삼풍백화점이 붕괴됐다. 당시 신문·방송을 통해 본 참사 현장은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흉물스럽게 끊어진 성수대교 위에 소방헬기가 떠있는가 하면, 삼풍백화점 콘크리트 무덤 속에서 흙 범벅이 된 채 생명이 나올 때마다 온 국민은 눈물과 함께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외에 당시 마포 아현동 도시가스 폭발 사고, 대구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 등 인명 사고가 이어졌다.
사회부 김기락 차장 |
(라떼는 말이야)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대형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희망이 조금 있었기 때문일 게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만큼 고속의 경제 성장 이후의 대형 참사는 부정부패와 안전불감증이 대표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형 참사 중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는 명백한 인재(人災)였다. 검찰 조사 결과, 부실시공 및 안전관리 소흘과 공무원 뇌물수수 등 비리도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밤 일어난 이태원 참사에서 154명이 사망했다. 핼로윈(Halloween) 축제를 즐기려던 참사 현장의 골목길, 내리막길, 사람이 많이 몰려서 등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탓에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특히 사고의 책임 소재와 대상을 두고 벌써부터 혼란스럽기만 하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한덕수 국무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참사 현장과 시신이 안치된 병원을 다니지만, 국정 운영자로서 앞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더 보여야 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범죄자의 칼날이 춤추는 것도 모자라, 꽃다운 나이의 사람들이 밟히거나 짓눌려 처참하게 생명을 잃었다. 거리마다 자랑스럽게 설치된 수많은 폐쇄회로(CC)TV는 이번 사고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 비단 신고가 없었더라도 경찰이든, 어느 공무원이든 사고 현장 주변에 사람들이 운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무도 몰랐을까? 사고를 우려한 사람이 정말 없었을까?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이태원에서 말이야) 먼훗날 오늘의 얘기를 꺼낼 미래 세대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어떻게 기억할까. 대형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약속을 현 정부가 하더라도, 미래 세대는 기성 세대처럼 다 믿지는 않을 것 같다. 참사 때마다 희망을 품은 순진한 기성 세대가 국가에 속아온 것을 또 한번 봤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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