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쌍용차 노조 파업 당시 경찰 진압 사건
경찰, 헬기 등 장비 배상비 및 치료비 청구
1·2심 노조 손배 책임 인정...대법 "다시 심리해야"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대법원이 2009년 쌍용차 노조 파업 당시 노조원들이 진압에 나선 경찰에 저항하면서 헬기 등을 손상시킨 것은 정당 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오후 정부가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간부와 민주노총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노조원들의 책임을 80% 인정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쌍용차 노조는 2009년 5월 회사가 금융위기 여파로 근로자 37%를 구조조정하자 이에 반발해 경기도 평택 생산공장을 점거하며 77일간 파업을 벌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사측은 용역을 투입해 노조의 점거에 맞섰고 폭력사태가 이어지면서 사상자까지 발생했다. 경찰은 헬기에 물탱크를 부착해 조합원들이 있던 공장 옥상을 향해 다량의 최루액을 살포하거나, 헬기에서 최루액을 담은 비닐봉지를 공장 옥상에 직접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진압에 나섰으며 파업은 종료됐다.
하지만 경찰은 이 과정에서 차량과 헬기, 기중기 등의 장비가 파손됐고 경찰관이 부상을 입어 치료비를 지출하게 됐다며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1심은 노조에 13억7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또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배상금액은 11억6000만원으로 줄었다.
반면 대법원은 경찰이 진압 과정에서 동원한 헬기와 기중기 손상까지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봤다. 다만
대법원은 "경찰장비 사용기준 규정 등을 살펴보면 의도적으로 헬기를 낮은 고도에서 제자리 비행해 농성 중인 사람을 상대로 하강풍에 노출시키는 것은 위해를 주는 행위로 보고 있다"며 "최루제는 관련법령에서 정한 발사 장치를 통해 사용돼야 하고 헬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살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적법한 직무수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고, 그에 대항하는 과정에 이뤄진 노조원들의 헬기 손상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기중기 손상에 대해서는 "원고는 진압 과정에서 노조원들의 기중기에 대한 공격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대항행위로 인해 기중기가 손상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원고 스스로 감수한 위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심은 위와 같은 원고 측의 책임과 아울러 기중기가 손상된 구체적 경위와 부위, 손상 정도 등을 심리해 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데 참작했어야 한다"며 "고가의 장비 손상은 불법 집회·시위에 통상 수반되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사정도 참작해 그 책임을 제한함이 타당하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로 불법 농성 진압에 관한 경찰의 직무수행과 장비 사용에 대해 재량의 범위와 한계와 관한 기준이 새롭게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시위 진압에 있어서 판례는 원칙적으로 경찰의 작전 수행 내지 방법 등에 관해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해왔다"며 "그러나 특정한 장비를 관계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해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가했다면 그 직무수행은 위법하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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