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 원심 승소...대법서 패소 취지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항고소송에 대한 제소기간의 준수 여부는 원칙적으로 처음에 소를 제기한 때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명시적 판결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원고 A씨가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에 대한 상고심을 열어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A씨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장이주대책용지의 공급대상자로 선정됐으나,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지난 2019년 1월 16일자로 공장이주대책용지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취지의 행정처분을 통보받았다.
이에 A씨는 같은해 2월 26일 매매계약 해제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하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하는 소를 민사소송으로 제기했다.
A씨는 통지의 효력을 다투는 취지로서 행정소송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관할법원으로 이송하는 결정이 확정된 뒤, 주위적으로 이 사건 처분의 무효확인을, 예비적으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으로 변경했다.
상고심 쟁점은 항고소송만 가능한데 민사소송으로 잘못 제기했다가 이송돼 항고소송으로 청구를 변경한 경우 항고소송의 제소기간 준수 판단의 기준 시점을 ▲'민사소송 제기시'로 볼 것인지 ▲'행정법원으로 이송시'로 볼 것인지 ▲'청구 변경시'로 볼 것인지였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소 변경 시점이 제소기간 경과 뒤, 제소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데 책임질 수 없는 사유가 있다고 보고, 예비적 청구 부분이 제소기간을 준수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주위적 청구 부분에 대해 기각했다.
1심이 A씨의 예비적 청구에 대해 인용한 것과 달리, 2심 재판부에서는 각하했다. 2심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제소기간을 준수할 수 없었던 사정이 해소된 때로부터 2주 이내 소 변경이 이뤄졌어야 하는데, 2주 경과한 이후에 소 변경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A씨는 대법에 상고했고, 대법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행정처분 취소소송의 제소기간에 대해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처분 등이 있은 날부터 1년으로 돼 있는 행정소송법 제20조를 따른 것이다.
대법은 "이 사건 소 중 상고심 심판대상인 예비적 청구 부분은 처음에 소가 제기된 2019년 2월 26일에 제기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결국 제소기간 내에 적법하게 제기됐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이송 및 소 변경 시 제소기간의 소급을 인정한 행정소송법과 민사소송법의 규정 및 그 취지, 앞서 본 선례의 태도 등을 종합하여 쟁점사안의 경우 항고소송에 대한 제소기간의 준수 여부는 원칙적으로 처음에 소를 제기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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