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은 기소되지 않은 범죄 피해재산도 몰수 명령
대법, 부패재산몰수법에서도 몰수 대상 아니라고 판단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른 몰수·추징 대상에 기소되지 않은 범죄피해 재산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다만 범죄 피해자의 피해 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될 경우 몰수가 허용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2명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B씨에 대한 압수현금 중 몰수를 명령한 원심을 일부 파기환송했다고 4일 밝혔다.
A씨 등은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활동한 현금수거 지시책과 현금전달 중간책 등이다. 이들이 속한 조직은 지난해 10월 6일 검사를 사칭해 C씨에게 대포통장 범죄에 연루됐다고 속이고, 통장에 있는 현금을 인출해 전달할 것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다음날 A씨는 B씨에게 피해자로부터 받은 현금 중 수수료를 제외한 1억9600만원을 또 다른 전달책을 통해 받아오라고 지시했다. B씨는 돈을 전달받아 보관하던 중 C씨의 경찰 신고로 수사가 개시돼 본인의 주거지에서 긴급체포됐다. 당시 돈이 들어있던 여행용 가방과 1억3630만원을 압수당했다.
수사 결과 압수된 현금이 C씨로부터 편취한 현금이라는 점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A씨 등의 사기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4년을, B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앞서 압수한 현금을 몰수했다.
2심도 B씨 압수현금 몰수에 대해서는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부패재산몰수법의 입법 취지와 여러 규정을 종합하면 법원은 당해 피고인이 범한 부패범죄의 범죄피해재산에 대해서는 당해 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은 범행의 피해재산이더라도 몰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B씨에 대한 몰수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부패재산몰수법에서 정한 몰수·추징의 원인이 되는 범죄사실은 기소된 범죄사실에 한정된다"며 "피해자의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몰수·추징이 허용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압수현금이 C씨에 대한 사기 범행으로 인해 B씨가 취득한 현금이거나 그 현금의 처분에 의해 얻은 현금으로서 범죄피해재산에 해당하고, 이 사건 피해자의 피해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돼야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른 몰수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몰수의 대상이 되지 않은 범죄피해재산에 대해 특별법인 부패재산몰수법은 일정한 요건 하에서 몰수·추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기소되지 않은 범죄와 관련된 물건을 몰수할 수 없다는 일반 형법상 종래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는지 문제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관해 대법원은 특별법인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른 몰수·추징에 있어서도 기소되지 않은 범죄피해재산은 몰수·추징의 대상의 되지 않는다는 점을 최초로 판시했다"며 "향후 하급심 판단의 기준이 되는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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