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홍우리 기자 = 중국 전기차 업체가 또 한 번 미국 증시 입성을 노린다.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기업 지리(吉利)자동차가 산하 고급 전기차 브랜드인 지커(極氪·Zeekr)를 분할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중국 금융전문매체 중국기금보(中國基金報)가 14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리자동차는 13일 낸 공시에서 지난 7일 비밀리에 미국 당국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빠르면 2분기께 뉴욕 증시에 상장해 10억 달러(약 1조 2960억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지리자동차의 지커 분할 계획은 지난 10월부터 전해졌다. 지리자동차는 10월 31일 공시를 통해 "홍콩거래소에 지커 분할 상장을 건의해 확인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당시 공시에는 상장지와 발행규모, 공모가 등 상장 관련 구체적 사항이 포함되지 않았었다.
[사진=지커 공식 사이트 갈무리] |
지커의 미국행에는 회계감독권을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이 일단락 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 당국의 분위기를 고려해 당초 홍콩과 미국을 상장 후보지로 놓고 고민했지만 중국의 양보로 양국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미국을 최종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매체는 전문가들을 인용, 지커가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더 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미국 상장을 결정했다며, 뉴욕에서의 IPO 이후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이 되는 것이 지리 측의 목표라고 전하기도 했다.
지커의 도전이 성공하게 되면 미국 증시에 약 1년 반만에 새로운 중국 기업이 등판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이 미국 증시에 상장했으나 민감한 개인정보를 미국에 유출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의 규제를 받았고 결국 1년만에 자진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지커가 전기차 업체 중 설립 이후 최단 기간에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중국 전기차 1세대 스타트업인 웨이라이자동차(Nio)와 리샹자동차(Li Auto), 샤오펑자동차(Xpeng)는 설립된 지 각각 4년, 5년, 6년 후에 증시에 상장했고, 중국 전기차 업계 '다크호스'로 부상한 링파오자동차(Leapmotor)는 설립 7년 만에 홍콩 상장을 앞두고 있다. 지커의 경우 지난해 3월 설립 후 1년 9개월 만에 증시 상장을 신청한 것이다.
한편 지커는 지리자동차가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설립한 고급 전기차 브랜드다. 지난해 8월 인텔과 닝더스다이(CATL), 빌리빌리 등 5대 파트너와 전략적 투자 협의를 맺고 5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
5대 파트너의 합류로 지리자동차는 지분율을 48%까지 줄여야 했으나 여전히 최대 주주 지위를 갖고 있다. 8월 투자금 유치 당시의 지커 기업가치는 90억 달러로 책정됐다.
[사진=바이두(百度)] |
지커는 지난해 10월 첫 번째 전기차 모델인 '지커 001'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11월 두 번째 모델이자 MPV(Multi Purpose Vehicle) 모델인 '지커 009'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지리자동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001의 지난달 판매량은 1만 1011대로 전년 동기 대비 44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001의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6만 661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641% 급증했다.
지커의 올해 1~11월 판매량은 6만 604대. 업계는 지커가 올해 '7만 대 판매'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흑자 전환은 아직이다. 지리 보고서에 따르면 지커의 지난해 매출은 28억 6800만 위안, 당기 순손실은 10억 1000만 위안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이 88억 2800만 위안까지 늘어났지만 순손실은 7억 5900만 위안으로 2억 5000만 위안 줄어드는 것에 그쳤다. 설립 이후부터의 누계 순손실은 약 18억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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