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인옥 사회부장·부국장=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최근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의결했다. 그런데 출범후 처음 심의·의결한 의제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출범 초부터 국교위는 보수와 진보의 힘겨루기식 갈등이 있었다.
문제는 국교위가 불과 열흘도 안 되는 기간 세 번의 회의 만에 방대한 분량의 교육 과정을 심의, 의결했다는 것이다. 부실 검증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의 개정 교육과정 안을 사실상 유지하기로 하면서 '전문성'의 한계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박인옥 사회부장·부국장 |
국교위는 1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적 교육정책을 만들자는 것이 설립 취지다. 그런데 출범 이후 제 사람 심기, 진영 대결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파성이 짙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교위였지만, 상정되는 의제만큼은 '제대로' 다뤄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컸다. 장기적 아젠다를 심도있게 다루는 것은 미래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에 대한 어른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현실은 2009년 영화계의 거장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든 '아바타'의 실사판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 아바타에서 인류는 판도라 행성의 토착민 나비족(Na'vi)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해 원격으로 조종했는데, 국교위의 최근 행태는 이와 판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성소수자' '섹슈얼리티'와 같은 용어 선택에 따른 논란이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역사 교과서에서의 '자유' 표기 논쟁은 헌법정신을 반영해 모두 병행하기로 결론내면서 일단락됐지만, 뒤끝이 개운치 못하다.
시장경제에 기초한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에 입각해 자유민주주의와 인민민주주의를 구분해서 써야 한다는 보수계열의 주장, 자유민주주의로 표기할 경우 광복 이후 현대사를 설명하기에는 범위가 좁다는 반대편의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면에 깔린 논리는 전문가가 아니면 알아채기 쉽지 않은 구조다.
돌이켜보면 대부분이 이념 논쟁의 단편으로 보인다. 자유민주주의든 민주주의든 학교에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목소리는 요란한 논쟁 속에 묻혔다.
이념 대립으로만 치닫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필요한 디지털 역량 심화 등 교육현장을 바탕으로 한 논의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출범 취지에 맞는, 상식이 통하는, 100년 대계를 위한 구상은 국교위의 몫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정책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것 역시 국교위의 임무이다. 국민들이 바라보고 있다. 국민들의 시선은 엄중하다.
pio12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