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기간 짧아 분석 한계 결론…서비스 향상은 평가
국토부, 경쟁 유도 방침…운영체제 미완 지속
철도노조 "허울뿐인 경쟁 지키려 국민편익 외면"
[서울=뉴스핌] 강명연 기자 =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의 고속철도 경쟁체제 유지 또는 통합을 놓고 정부가 결론을 유보하면서 결국 갈등을 해소하지 못했다.
추후 재평가도 계획이 없어서 당분간 현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시에 철도 경쟁을 강화하겠다는 애매한 방향을 제시하는 미완성 형태의 철도 운영사 경쟁구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박인호 철도노조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열린 한가위 '수서행 KTX' 투입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8.10 hwang@newspim.com |
◆ 재평가 계획 없어 사실상 경쟁 유지…원희룡 "철도경쟁 유도할 것"
20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코레일, SR의 경쟁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해 '거번넌스 분과위원회'가 판단을 유보했다.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경쟁체제가 정상적으로 운영된 기간이 짧아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국토부가 추가 검토 계획을 전혀 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가기간이 짧았다는 분과위 판단을 반영한다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철도운영사 경쟁체제에 대한 추가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후 여론에 따라 논의 가능성은 있다는 수준의 전망 외 어떤 계획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후 (노조 등) 요구에 따라 다시 논의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향후 재평가 계획은 없고 2월 분과위의 연구평가 보고서를 끝으로 분과위도 활동이 종료된다"며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서비스 개선을 통해 불편을 해소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국토부는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쟁, 통합 어느 한 쪽으로 판단을 내리기는 아직 섣부르다는 분과위 결론과도 상충되는 셈이다. 원희룡 장관은 이날 자료를 통해 "공공부문 내에서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국토부 방향성은 현 정부의 기조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SR 설립은 이명박 정부에서 처음 추진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말 SRT가 개통했다. 보수정부가 줄곧 경쟁체제를 추진해 온 만큼 윤석열 정부 역시 여기에 힘을 것으로 예상돼왔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코레일, SR 통합을 공약으로 내고 추진하려 했지만 성사시키지 못한 데 이어 정권이 바뀌면서 철도노조와 코레일 등 통합론자들은 더욱 힘을 잃게 됐다.
◆ 미완에 머무른 철도운영체제 당분간 지속…철도노조 "허울뿐인 경쟁, 국민편익 외면"
정부가 서비스 개선 측면에서 경쟁체제의 효과를 인정한 것에 대해선 의미가 부여된다. KTX 대비 SRT 운임 10% 할인 등을 통해 이용자는 연 평균 1506억원의 추가 할인이 주어졌다. 고속철도 1회 이용시 평균적으로 1703원이 할인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경쟁업체'인 코레일도 KTX 마일리지 제도를 부활했고 서비스 품질 평가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국토부는 서비스 측면에서 경쟁에 따른 혜택을 늘리고 단점은 보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경쟁 또는 통합 여부를 이번에도 결론짓지 못한 데 따른 손해도 크다. 여전히 미완에 머물러 있는 경쟁체제를 당분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이다. SR이 일부 열차를 코레일로부터 빌려서 사용하고 차량 정비와 역사 운영 역시 코레일에 맡기는 등 SR은 반쪽짜리 회사라는 지적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다.
수서·서울역 등 고속철도 기점을 회사별로 구분하는 것도 완전 경쟁체제와는 거리가 멀다. SR 설립 당시에는 신규 노선을 넘기다보니 수서발 고속철을 담당하는 형태가 됐지만 경쟁체제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면 수서발 KTX, 서울역발 SRT 등 다양한 노선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경쟁체제에 대한 판단을 또 다시 유보하면서 미완의 철도 운영사 체제를 유지시키는 결론을 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SR 출범 후 운영이 안정세에 접어든 만큼 경쟁체제를 완성시키기 위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코레일이 유지보수를 독점하고 있고 SRT, KTX 모두 출발역이 제한돼 있는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통합에 따른 열차 운행 횟수 증가 등을 철도노조는 국토부의 이번 결론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예매 앱 통합, 환승 불편, 비효율적 분리 운영 등 허울뿐인 경쟁체제 유지를 위해 국민 편익을 끝내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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