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연초 나타난 미국 증시 랠리가 이번 주를 기점으로 힘이 빠질 수 있다고 모간스탠리가 경고했다.
30일(현지시각) 최고투자책임자(CIO) 마이크 윌슨을 비롯한 모간스탠리 전략가들은 1월 나타난 상승 흐름이 계절적 요인과 작년 말 가파른 하락에 이은 숏커버링 덕분이라면서 하지만 현실은 실적이 우려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모간스탠리의 경고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 금요일까지 S&P500지수는 연초 이후 5.5%가 올랐고, 다우지수는 2%가 상승했다.
특히 기술주로 구성된 나스닥지수는 9.2%가 뛰었는데,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이는 2001년 기록한 12.2% 이후 가장 큰 폭의 1월 상승폭에 해당한다.
하지만 윌슨을 비롯한 모간스탠리 전략가들은 이러한 상승 흐름이 또 하나의 '베어마켓 트랩(bearmarket trap)'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월가 베어마켓 이미지 [사진=마켓워치 재인용] |
베어마켓 트랩은 약세장으로 가는 와중에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연출해 투자자들의 베팅을 유혹, 결국은 투자금이 묶이는 덫에 갇힌 듯한 상황을 의미한다.
모간 전략가들은 연초 상승 흐름이 소형주 중심으로 높은 주가 상승률이 나타나는 '1월 효과'와 기관들의 '윈도드레싱'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봤다.
미국에서는 주식 평가 손실분에 대해 연말에 세금에서 환급해 주는 제도가 있는데 투자자들이 이렇게 환급 받은 돈으로 1월에 주식을 다시 사들이면서 주가가 오르는 것을 1월 효과로 부르곤 한다.
기관들의 경우 연말 성과 평가를 앞두고 수익률 관리를 위해 보유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데 이를 '윈도드레싱'이라고 한다.
모간스탠리는 이외에도 연초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교적 더 긍정적인 점도 1월 일시적 상승장을 초래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러한 반짝 효과는 연준의 올해 첫 회의와 함께 사라질 것이란 게 모간스탠리의 경고다.
윌슨은 투자자들이 '연준과 맞서지 말라'는 월가 격언을 잊은 것 같다면서, FOMC가 끝나는 2월 1일 이를 되새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선물시장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25bp(1bp=0.01%p) 인상하는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모간스탠리는 연준이 아직은 긴축 브레이크를 밟을 것이라 확실한 의지를 시사하지 않았고, 올해 기업 실적이 2008년 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가 예상돼 증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윌슨은 이미 S&P500지수가 연말까지 3000선 부근서 바닥을 찾을 것이며,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이 195달러 정도일 것으로 예상한 상태다.
다만 경제 여건이 더 나쁜 상황에서는 EPS가 180달러로 더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이번 투자자 노트에서 그는 "대개 선행 실적 성장 전망이 나빠지면 연준이 실제로 금리 인하를 시작하지만 이번엔 다르기 때문에 증시에 추가 역풍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