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소가윤 기자 = 선물을 받았는데 마음이 불편한 적이 있다. 분명 비싸고 좋아 보이지만 나한테 맞지 않은 것들이었다. 고마움과는 별개로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처치 곤란이 되어버린 셈이다.
결국 핵심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의 부상과 함께 AI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이 떠올랐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교육 부문에서의 '리터러시'는 단골 소재다.
소가윤 사회부 기자 |
리터러시는 본래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인 '문해력'을 뜻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에서는 매체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최근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원하는 정보를 얻고 이해하는 능력인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스마트기기 보급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다수의 시도교육청에 해당하지만, 지난해 학생들에게 스마트기기를 서로 다른 이름으로 배분한 '디지털 기기' 사업은 그 단면을 보여줬다. 서울시 의회에서 올해 예산이 전액 삭감된 서울시교육청의 '디벗' 사업도 그 중 하나다.
애초 서울시교육청은 '디벗' 사업 예산으로 923억원을 편성했지만, 심의 과정에서 교육적 효과가 증명되지 않았고 선심성 사업이라는 이유에서 전액 삭감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추가경정예산안에 디벗 사업을 포함해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예산 1905억원을 편성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당초 제출한 예산안보다 609억을 감액하고, 디벗 지급 대상도 고1 학생의 경우 70% 내외를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는 스마트기기 보급률을 높이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은 디지털 교육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사들은 스마트기기 활용법에 대한 교사 역량 향상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수업 방식이 교사마다 다를 텐데 디벗 기기를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토로한 교사도 있다.
실제 서울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달 발간한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의 중장기 운영 방안 위탁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모든 교사, 학생, 학부모는 디벗 정책 안착과 활성화를 위해서 먼저 '교사의 디벗 기기 이해 및 활용 역량 강화'를 비롯해 '학생의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의 목소리처럼 디지털기기는 수단일 뿐이다. 1인 1기기 사업의 추진 목적은 기기 활용이 아니라 학생이 학습 주체가 되는 교육 실현에 있다.
활용 능력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학습 수준이 높은 학생과 낮은 학생 간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챗GPT 등장으로 교육의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하드웨어 보급 중심의 한계가 보이는 방식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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