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전쟁 확전 가능성과 푸틴 정권 몰락 등 주의해야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오는 24일(현지시각)이면 1년이 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가운데, 앞으로 전쟁 장기화 시나리오에서 예기치 않은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뒤이은 서방국의 러시아 제재가 에너지 및 식량 위기로 번지면서 이미 지구촌은 역대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1년 넘게 신음 중이다.
지난해 세계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8.8%로 전쟁 이전 전망치였던 4.2% 대비 두 배 이상 뛰었고, 세계 실질 GDP는 전쟁으로 인해 1%p가 후퇴한 3.4%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쟁과 인플레는 이미 시장에는 익숙한 리스크가 돼버렸고, 투자자들은 전쟁 장기화 리스크를 이미 가격에 반영했다는 듯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향방에만 골몰하고 있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Barron's)는 앞으로 펼쳐질 우크라이나 전쟁 시나리오 중 시장이 간과하고 있는 가능성들이 예상치 못한 충격을 초래할 블랙스완이 될 수 있다며 경계 수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 블랙스완 시나리오는
매체는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과 관련해 3가지 시나리오를 소개하면서, 뚜렷한 승자 없이 장기전이 될 첫째 시나리오는 많은 전문가들이 기본으로 간주 중인 전망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보다는 핵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 푸틴 정권의 몰락이라는 나머지 2개 시나리오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해당 위험들이 시장에 반영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달립 싱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확전 가능성과 푸틴 몰락 가능성이 15~25% 정도 되는데도 시장 가격에는 해당 리스크가 완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방 소식 관련 웹사이트인 UK디펜스저널은 서방국이 (핵 전쟁 가능성에) 느긋한 태도를 취한다면 위험할 수 있다면서, 러시아는 충분히 돌발 행동을 할 수 있는 국가라고 강조했다.
전쟁 1주년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의 최근 행보 역시 이러한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국·러시아 간 핵무기 통제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조국 수호자의 날'인 23일에는 자국 핵 전력 증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을 천명했다.
그가 증강하려는 3대 핵전력(Nuclear Triad)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통칭한다.
지난달에는 미국 핵과학자회(BAS)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운명의 날 시계가 10초 앞당겨져 자정까지 90초 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BAS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며 러시아의 핵 사용 위협을 비롯해 핵 관련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지도자들이 모든 능력을 다해 이 운명의 날 시계를 되돌려 놓기를 촉구했다.
푸틴 정권의 몰락이라는 마지막 시나리오도 시장에는 완벽한 블랙스완이 될 수 있다.
배런스는 러군이 지난 1년간의 전쟁으로 쇠약해진 사이 와그너그룹에 대한 푸틴의 의존도가 높아졌고, 그만큼 푸틴의 통제력에도 의문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그가 (전쟁) 출구를 모색할 경우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리더십 붕괴는 지금은 현실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이지만 전쟁 판도와 세계 질서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블랙스완으로 간주된다.
싱 부보좌관은 "전례를 거의 찾아볼 수 없거나, 핵 전쟁 가능성, 재정 또는 통화정책으로 쉽사리 감당이 안 되는 심각한 수준의 경제 제재 등이 예기치 않게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란의 적극적인 러시아 지지 혹은 중국의 수동적 지원 등도 지정학 위험을 증대시킬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꼽혔으며, 당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유가가 50달러가 될지 150달러가 될지 감을 잡을 수 없게 만드는 복잡한 에너지 전쟁 상황도 불확실성을 높이는 배경으로 지목됐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