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ㅇㅇㅇ후보님하고 식사는 하셨어요?"
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가 시작된 뒤 의원과 기자들 간 오찬에서 자주 나온 질문이다. 기자들은 후보와 의원들 간 식사를 통해 그 후보의 스킨십이 어느 정도인지 분위기 파악을 한다.
윤채영 정치부 기자 |
질문을 듣고 "식사를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의원이 있는가 하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이라며 듣도보도 못한 소리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후자의 반응을 해석하면 그 후보는 당내 의원들과 교류할 인물이 아니란 거다. 물론 그 의원이 거짓말을 할 경우를 배제할 순 없지만 그럴 가능성을 낮게 본다면 대충 외부에 비해 내부 인사들과의 교류를 좀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는 뜻일 거다.
정치인의 식사정치를 나쁘게 볼 일만은 아니다. 한국 정서상 한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정을 나누는 것이기도 하고 친밀감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정치인이라면 그런 자리를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도 모자라 티타임 시간까지 만들어 사람들을 만나야 하지 않나.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혼밥'하지 않겠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여당 의원들을 불러 몇 번의 비공개 오·만찬 자리까지 가졌다. 대통령의 식사는 단순한 밥 한 끼가 아니라 소통이자 정치라는 말에 공감한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내 편하고만 하는 식사다. 나와 생각이 아주 다른 반대편 사람과의 식사는 주저하고 내 편과 식사만 하고 있지 않은지는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불편한 사람과 마주 보고 밥 먹을 생각을 하면 벌써 체할 지경이다. 그래도 꿋꿋하게 참고 마주하고 밥 한 끼 먹어야 그 다음이 있다. 밥 한 끼로 생각 차이를 전부 해소할 순 없지만 협상 테이블에 안건을 올릴 여지는 더 커지지 않겠냔 기대감이 생긴다.
과거 오바마 대통령도 격한 대치를 벌이는 공화당 의원을 초대해 식사했는데, 들어올 때 성이 나 있던 의원들의 얼굴이 나갈 땐 모두 펴져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 국민의힘에선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다소 독특한 식사정치(?)를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날 먹은 점심 메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해당 음식에 대한 설명이나 그 지역에 대한 부연 설명을 남겼다. 함께 식사하자는 뜻인지는 미제로 남아있다.
차기 당대표는 대표가 되기 전에 노력했던 식사 정치만큼이나 되고 난 이후에도 이어가길 바란다. 내 편뿐 아니라 반대편과의, 야당과의 식사 말이다. "대표님, 야당과도 식사하셨어요?"라는 물음이 당연한 질문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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