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콘텐츠 사업 뛰어든 신세계
마인드마크 설립해 실크우드 인수
코로나로 콘텐츠 시장 '직격탄'
제작 접고 배급 등에 집중할 듯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신세계그룹이 지난 2020년 인수한 드라마 제작사 실크우드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콘텐츠 사업 재정비에 돌입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콘텐츠 사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수익성이 낮은 제작 사업은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CJ ENM을 비롯한 디즈니와 넷플리스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도 실적이 곤두박질 치면서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황이다.
신세계는 최근 마인드마크를 활용해 추진하던 서울옥션의 인수도 최종 포기한 바 있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최근 실크우드 매각을 결정했다. 실크우드는 드라마 '시간'과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예능 프로그램 '싱포유' 등을 제작한 드라마·광고 제작 회사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 [사진=신세계] |
신세계는 지난 2020년 미디어콘텐츠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260억원을 투자해 마이드마크를 설립한 바 있다. 마인드마크는 설립 직후 실크우드 지분 58%를 33억5000만원에 인수했다.
마인드마크는 배급과 투자를 담당하고, 직접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제작사인 실크우드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복안이었다. 이후에도 마인드마크는 '인간수업' 등을 만든 스튜디오329를 45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신세계가 콘텐츠 사업에 뛰어든 직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콘텐츠 제작 환경이 급변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며 드라마와 영화 촬영이 중단되거나 연기되기 일쑤였고 콘텐츠 제작 전반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줄었고 당시 개봉했던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결국 투자자들이 손을 떼면서 제작이 중단되는 작품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실크우드도 신세계에 인수된 후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
무엇보다 광고 단가가 하락하면서 콘텐츠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코로나 팬데믹과 물가 상승을 이유로 콘텐츠 제작비는 크게 늘었지만 TV광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익성이 나빠졌다.
특히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회사들이 국내 콘텐츠 제작을 시작하며 평균 제작비가 크게 올랐지만 광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졌다.
글로벌 OTT 회사들은 제작비를 쏟아 붓는 '치킨게임'을 벌이다 지금은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6월 직원 33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디즈니도 지난달 7000명의 인원 감축을 예고했다.
국내 최대 엔터·미디어 회사인 CJ ENM도 비상이 걸렸다. CJ ENM은 지난해 매출액은 4조7922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4.9%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1374억원으로 전년 대비 53.7% 줄었고, 165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특히 회사 측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으나 직원들의 불안감과 불만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다.
영화 '데시벨'의 한 장면 [사진=㈜마인드마크] |
신세계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제작을 포기하고 마인드마크를 활용한 배급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마인드마크는 지난해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와 '데시벨'을 배급한 데 이어 올해 '달짝지근해', '30일', '빅토리', '용감한 시민'의 배급을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투자·배급·제작사의 진용을 갖춰 본격적으로 콘텐츠 사업을 추진하려는 계획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제작환경이 급변했다"며 "수익이 나지 않는 제작사는 정리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