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TF서 특화은행 허용 사례로 SVB 소개
"더 높은 수준의 자본적정성 필요하다"는 의견도
금융당국 "TF에서 종합적인 방안 마련할 것"
[서울=뉴스핌] 김연순 기자 = 미국 특화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추진중인 특화은행 도입 등 '은행 과점체제 해소' 방안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운영하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로 논의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3일 TF 제1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바탕으로 "이번 논의내용은 실무작업반 참석자들이 제시한 내용으로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 특화은행 허용 사례를 언급하며 실리콘밸리은행을 비중있게 소개했다.
파산으로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진 SVB [사진=블룸버그] |
회의자료에선 실리콘밸리은행에 대해 "별도 인가단위에 따른 특화은행은 아니지만, 사실상 고위험 벤처기업만을 고객으로 상대하는 특화은행처럼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비즈니스모델에 대해선 "벤처기업·임직원의 예적금을 받아 다시 유망 벤처기업에 대출 및 벤처기업 금융중개·지분투자를 수행하고 있다"며 "기술력은 있으나 경영역량이 부족한 벤처기업에 각종 컨설팅, 행사유치, 보고서 작성 등 다양한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했다.
당시 회의에선 SVB를 특화은행 도입을 위한 주요 해외 참조 사례로 검토하면서 "특화된 분야에 강점을 가진 신규 플레이어 진입으로 은행서비스 경쟁촉진 및 비용절감 등을 통한 금융서비스 수수료 인하 기대한다"며 "소상공인, 벤처기업 등에 대한 관계형금융‧신용평가고도화 등을 통해 기존 은행서비스 공백을 해소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출처=금융위원회] |
금융당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를 주문하자 신규 플레이어 진입, 은행-비은행권 간 경쟁 촉진 등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과점체제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챌린저뱅크, 스몰라이센스 도입 등 업무 범위를 세분화한 소규모 특화은행 설립을 유력하게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SVB 파산 사태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소규모 특화은행 추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실무작업반 논의과정에선 "특정 여신 부문에만 집중하는 은행은 해당 부문의 자산건전성 충격을 다른 부문의 여신을 통해 흡수하기 어려워 더 높은 수준의 자본적정성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특화은행의 경우 높은 경기순응성, 정확한 신용평가 어려움 등으로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내렸다.
금융당국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만큼 TF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TF에서 (은행권 경영혁신을 위한) 다양한 사례와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며 "여러 의견들을 적극 반영해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y2kid@newspim.com